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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상(正常)국가론’ ‘선진국가론’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보안법,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것으로 박정희 시대 ‘체제안보론’의 재판이다”
열린우리당의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은 28일 ‘2007년 대선과 민주개혁세력의 진로’란 주제로 국회에서 개최된 열린당 탈계파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창립총회 기념세미나에 참석,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이른바 한나라당 내 ‘빅3’의 국가론을 비판하면서 향후 정계개편 방향에 대해 “어떤 국가를 만들것인가에 기초해서 세력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국가론은 일자리창출, 부동산, 교육 등의 주제를 통해서 구체화될 것이고 이는 차기 대선에서 주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우선 박 전 대표를 겨냥, “박 전 대표의 ‘정상국가론’은 박정희 시대 ‘체제안보론’의 재판인 경향이 있고 ‘선진국가론’은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국가론에 대해서는 “‘일자리창출국가론’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일자리창출이라는 일점돌파 전략만으로는 전체 국가의 비전을 그리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신문명시대론’ ‘선진국가론’을 강조하지만 아직 이미지 정치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세력연대가 가능하려면 국가론이 일치해야 한다”면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나 지역을 매개로 한 세력연대는 일시적으로는 성공할지 모르겠으나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세력연대는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시대정신을 담보할 인물 및 세력을 망라하는 새로운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세력을 제외한 ‘헤쳐모여’는 범민주세력의 또 다른 분열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새로운 기운을 만들고 메인스트림을 중심으로 해서 신개혁세력을 결집시키는 게 중요하며, 새로운 진영의 주축이 무엇을 표방하고 연속성과 지평의 확대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라고도 했다.‘한국 보수주의․보수세력의 새로운 변신?’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최근의 보수기류 확산 움직임에 대해 “과거 (민주화란)업적 때문에 미래도 이룰 수 있다는 자만을 가진 참여정부와 민주개혁세력에 대해 국민의 회의가 일었고 그 차선책으로 보수세력에 기대해 보자는 것 같다”면서 그 배경을 설명한 뒤 “그러나 한국 보수세력이 한국사회 발전의 진정한 대안이 될지는 매우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보수세력은 선진화담론을 얘기하고 있는데, 담론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과연 선진화 프로젝트가 어떤 것인지, 내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선진화 주장이 그들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키는 한편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선진화가 가능하겠느냐. 오히려 더 분열만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위해)한국의 보수세력이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해법을 제시하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처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충실한 내용을 가질지 의문이고 과포장 됐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보수세력의 대연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외부에서 요구되는 보수 대연합의 압력은 매우 크지만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갈등 가능성으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지역 대 영남지역의 분리 가능성, 보수세력내 세대 갈등 등의 요인 때문에 균열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열린당에 대해 “보수세력이 내거는 주장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내용이 뭔지 검토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민주개혁세력의 새로운 정체성 모색?’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순서 발표에 나선 한양대 정상호 교수는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불신은 대중의 물질적 이해와 욕망 충족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무시한 업보”라면서 “오픈프라이머리든 새로운 바람이든, 아니면 무슨 연대든 대중의 불신이 너무 깊어 혹시 요행으로나 집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 교수는 그 해법으로 “오늘 한국사회에서 다수 대중은 진보적 중도이고, 진보적 중도가 원하는 핵심 의제는 교육․부동산․고용․환경문제”라면서 “현재의 곤란은 이 네 영역에서 참여정부가 정책실패한 데 기인한다. 해답은 확실한 정책선회”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성공회대 손혁재 교수는 “열린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서민․중산층은 거의 없다”고 열린당의 모호한 정체성을 꼬집으면서 “범민주개혁세력대연합이라는 측면보다는 먹고사는 문제, 경제문제 등 정말로 국민에게 확실하게 다가갈 정책을 갖고 대결하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의원도 토론에 나서 “뉴라이트 활동이 겉으로 보기에는 새로운 걸 추구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특혜기득권이 다시 뭉친 것”이라면서 “신 중도라는 기치 아래 일류국가로 가려는 세력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어떻게 이루는가가 향후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전 의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축사를 통해 차기 대선을 겨냥한 여권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으로 “민주냐 반민주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면서 “민주화의 피땀 어린 노력은 인정하되 과거의 기억으로 묻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은 ‘민주냐 반민주냐’하는 이분법적 사고 외에도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 친미냐 반미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분배냐 성장이냐’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한국사회 발전을 위해 버리고 가야 할 사고’로 규정하고 “이는 소모적이고 국가 미래를 위해 불필요한 편가르기 정치”라면서 “편가르기의 극단적인 모든 이분법적 사고와의 결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열린당 탈계파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은 창립식을 갖고 "2007년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역사성을 담보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과 총체적 전선을 형성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처음처럼'에는 민병두 김현미 박영선 우상호 최재성 의원 등 20여명이 소속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