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 사설 '임기 끝내고도 80일간 출근한 KBS 사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 정연주 사장이 지난 6월 30일로 임기가 끝났는데도 80일 동안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월급도 받고, 사장 승용차도 타고, 인사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에게 거둔 수신료 5200억원을 포함한 매출 1조2700억원짜리 거대 공영방송의 안 사정이 지금 이 지경이라는 것이다. 사장 임명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회가 후임 사장 선출에 늦장을 부려서다. KBS 이사회는 산하에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20일부터 사장후보 추천을 받아 다음달 중순에나 후보를 뽑을 계획이다.

    표면상의 이유는 KBS 이사 추천권을 지닌 방송위원회와 KBS 사장 선출권을 가진 KBS이사회의 위원·이사 선임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겉에 내세운 이유일 뿐 진짜 이유는 이 정권이 ‘코드맨’ 정연주 사장을 연임시키려고 꾀를 낸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KBS 노조는 정권 코드를 받드는 KBS 이사진이 정 사장을 다시 뽑을 경우 파업을 하겠다며 반발해왔다. KBS 이사회는 이런 노조 반대를 누그러뜨리려 노조가 주장해 온 사장추천위원회 설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사장추천위 역시 위원 과반수를 KBS 이사로 구성했다. 정 사장 연임 작전만은 계속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정권의 정 사장 연임에 대한 집착이 이렇게 끈질긴 것이다.

    KBS는 2004년 638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방송위원회의 2005년 경영효율 심사에서도 20점 만점에 11.25점을 받아 3대 공중파 방송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재무구조 건전성에선 2.5점으로 SBS, MBC가 받은 10점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KBS 노조원 82.4%도 정연주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정 사장은 공영방송을 운영할 철학도, 경영능력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KBS가 지난 3년 동안 정권의 이념에 장단을 맞춰 편파 프로그램을 쏟아낸 것은 일일이 꼽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공영방송을 이념화, 정치화, 권력화한 정 사장의 오점이 바로 정권이 정 사장 연임에 그렇게 집착하는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내년 대선 정국에서 공영방송을 여권의 선거운동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정 사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계산에서다. 대통령이 지난달 KBS 회견에 나와 “KBS 9시 뉴스 받아쓰기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정연주의 KBS’에 대한 대통령의 애정과 신뢰는 각별하다. 정말로 이 정권은 해마다 5200억원을 수신료로 내며 편파방송을 들어야 했던 온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