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9일 사설 '뉴라이트는 차별·서열화한 세상을 바라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행정법원이 그제 학교별 대학 수학능력 시험 성적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연구 목적으로 제한했다지만, 포장은 하기 나름이니 주요 내용의 공개는 피할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자료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 원칙을 지켜 왔다.

    부작용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먼저 학교 및 지역 사이 수능 점수 차가 드러나고, 학부모들은 점수가 더 높은 지역이나 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고자 애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 갖가지 편법이 동원되고 실제 주거 이전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점수가 낮은 학교에 대한 불신은 커져, 학교 교육은 외면당하고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다. 대학 입학전형에서 내신 비중을 늘리도록 해 학교 교육을 살리려던 정부 정책은 벽에 부닥치고, 고교 등급제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다. 결국 평준화 정책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정보공개 원칙을 강조한 법원의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예상되는 국가적 혼란과 피해는 외면하고 법리에만 매달린 것은 유감이다. 법원의 판단보다 더 큰 문제는 학교와 학생, 나아가 우리 사회를 서열화하려는 이들의 존재다. 이번 판결의 원고 쪽인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은 그동안 수월성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고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입시명문 또는 귀족학교의 설립을 요구해 왔다. 자신들이 대부로 떠받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일인데도 이마저 부정하면서 서열화를 주장한다.

    평준화 정책은 문제풀이 교육이 아니라 전인 교육을, 암기 교육이 아니라 창발력 교육을 하도록 하는 바탕이 된다. 입시교육이 불러온 사교육의 팽창과 공교육의 붕괴를 막자는 목적도 있다. 기능성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후기 산업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동시에 날로 악화하는 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도 유효하다. 아이들의 교육 격차, 사회적 지위와 부의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심화시키는 양극화의 극복은 우리 사회의 절대적 과제다.

    과거 신분사회처럼 차별과 서열이 굳어진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교육은 악순환의 고리이면서 선순환의 발판이 된다. 굳이 악순환의 고리로만 활용하려는 뉴라이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신분사회의 부활인가? 정부에서 항소한다고 했으니, 항소심 재판부의 온당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