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 사설 '헌재(憲裁)소장 후보가 자기 임기(任期)에 관한 소견(所見)도 없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소장 임기와 지명절차와 관련해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로 지명통보를 받았고, 임기문제와 관련해 헌재 재판관 사직서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재판관 임기가 3년 남은 전효숙 재판관을 사임시키고 임기 6년의 소장으로 새로 지명했다. 전 후보자는 그것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야당의원들 물음에 “임명권자의 권한과 판단에 속한 것이어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에 대해서는 6년 임기와 연임 가능 규정을 두고 있지만 소장에 대해서는 임기조항 없이 정년(70세)만 정해놓고 있다. 전임 소장들의 경우 재판관 임명과 함께 소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모두 6년씩을 채웠으나 전 재판관은 현직에서 소장이 되는 첫 사례가 되자 대통령은 현직에서 사임하게 한 뒤 다시 재판관과 소장으로 지명하는 방법을 쓴 것이다.

    현직 재판관이 소장에 지명될 경우의 임기에 대해서는 재판관 잔여임기만 채우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장 임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입법상 실수일 뿐이므로 소장도 6년 임기를 갖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전효숙 후보자는 평범한 법률가가 아니라 헌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헌법재판관 업무를 3년씩 한 사람이다. 더구나 헌재 소장 후보자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과 직결된 법 해석 논란에 대해 자기 소신과 견해가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을 의회와 국민 앞에 밝혀야 마땅하다. 그런 그가 “임명권자의 권한과 판단에 속한 것이어서 뭐라 말씀드릴 게 없다”고 남의 말 하듯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이런 편법 지명절차를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화로 일러줘서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국가 최고 헌법해석기관의 장이 되겠다는 사람에게서, 헌법의 유권해석은 사법부나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에서 맡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