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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천정배 뿐이지 않겠느냐”
열린우리당 한 핵심 의원 진영은 차기 대선 구도를 겨냥한 당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다소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천 의원을 언급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열린당 내부에서는 ‘천정배 역할론’ 운운하는 목소리가 부쩍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천 의원이 지금쯤은 당 지도부에 들어와서 당 위기 수습을 위한 분위기 쇄신에라도 나서줘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이다.
당장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도 ‘수해기간 중 해외골프’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논란으로 이호웅 정동채 의원이 사퇴하면서 빈 자리가 된 비상대책위원직에 천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마땅한 인물 찾기도 여의치 않고 ‘지도부’라면 손사래를 치는 등 여의치 않는 당 상황을 감안할 때 열린당 창당 주역인 천 의원이 뭔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같은 당내 분위기는 지난 7월말 당 복귀 이후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던 천 의원이 당 지도부에 들어오는 순간, 역학 구도의 변화 내지는 당 정체성 확립 측면은 물론, 향후 정계개편을 대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겨냥한 구심점이 없다는 위기감이 무엇보다 앞선 모양새다. 최근 열린당 한 의원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생각을 정리한 문건에 ‘천정배 의원에 대한 호감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으로도 전해진 것도 이런 점을 방증한다는 게 당내 인식이다.
계파색으로 놓고 볼 때도 천 의원이 ‘개혁 내 실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노선 변화 필요성과 맞물려 천 의원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당내 전언이다. 완충적 역할을 통한 당 단결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천 의원을 구심점으로 해 외부 원심력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당 일각에서는 “열린당 창당 주역인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그룹이 다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기남 전 당의장이 주장하는 대선후보 조기선출론이 다분히 천 의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 호남세력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과의 통합을 상정했을 때에는 정동영 전 의장과도 천 의원이 일정 부분 스탠스가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독일에 있는 정 전 의장이 귀국하는 이달 하순을 전후로 천 의원의 움직임도 가시화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그러나 또 다른 당 일각에서는 여권의 유력한 ‘제3 대선 주자’로 평가받는 천 의원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계개편이 어떻게 전개될지 뚜렷한 움직임을 알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사행성 게임 논란과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 등이 이는 상황에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천 의원도 이런 분위기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일단은 차기 대선 구도를 감안한 지금까지의 물밑 행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는 지난달 11일 당 복귀 이후 처음으로 2박3일 일정으로 광주 전남 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6일 현재까지도 지방 민심수렴적 성격을 띤 주말 지역순회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학계 인사와 지역 지인들을 두루 만나면서 당 상황에 대한 조언과 자신의 진로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 천 의원측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8일부터는 주말 일정으로 부산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지만, 장관시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는 등의 개인적 일정”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천 의원은 지난 1일에도 주말 일정으로 제주도를 방문했으며, 이에 앞서 대구 지역도 이미 한 차례 방문했다. 천 의원은 호남출신이지만 여권의 타 대선 주자군에 비해 영남지역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가졌다는 게 당내 전반적인 평가다. 당 일각에서는 10․25 해남·진도 재선거를 앞두고 천 의원이 뭔가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며 상당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