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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을 둘러싼 의혹이 한여름 여의도 정가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정가의 최대 관심은 ‘~카더라’ 식의 여권 인사 연루설인데, 당초 2~3명선에서 그치던 여권 인사 연루설도 어느새 10여명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 정권의 실력자인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동생이 부산 모 성인오락실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왔다는 정황도 전해지는가 하면, 논란의 핵심인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기관인 게임산업개발원 원장이 ‘IT분야 노사모’ 현정포럼(노무현을 지지하는 정보통신 모임) 출신인 것으로 밝혀지는 등 사행성 성인게임을 둘러싼 논란도 점차 그 중심부를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혹시나~’하는 당혹감을 넘어 이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여권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여권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한나라당 인사 연루설까지 나돌기 시작하면서 바다이야기 의혹이 정계개편의 빌미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내보이고 있다. 사행성 성인게임과 관련한 일부 경품용 상품권 업체 선정 과정과 사행성 게임 심의 과정을 놓고 정치권에 이들 업체의 전방위적인 로비가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인데, 이들 업체의 전방위적 로비에 ‘알고도 모르고도 당한’ 의원들이 꽤 많지 않겠느냐는 정치권의 관측이다.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정치권 연루설이 향후 정계개편의 추동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 주변에 떠도는 연루설을 봐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대량의 상품권 수수는 물론 아무런 생각없이 참석한 식사․술 자리에서부터 ▲거액의 금품 수수 ▲의원도 모르게 보좌진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 수수 등 갖가지 '설' 등이 나돌고 있다.때문에 여당 일각과 정치권에서는 당장 '바다이야기발(發) 정계개편'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의 중심은 청와대라는 관측인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을 한바탕 뒤흔들고 ‘새판을 짜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근 내부적으로 검찰에 바다이야기 의혹과 관련,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검까지 청와대가 나서서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서 이번 기회에 검찰의 독립성을 보여 달라는 말까지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이번 문제 대응을 놓고 여야를 떠나 한 점이라도 문제가 드러난 정치인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선을 긋겠다는 결단으로 이번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청와대가 이번 '도박게이트'가 청와대와의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임기말 정국운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 일각의 반응이다. 물론 이는 고건 전 국무총리 등 열린당 외부의 원심력을 차단하고 노무현 대통령 중심의 당내 구심점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의혹의 당사자로 한 번 거론된 인물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상대적으로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입장인 만큼, 향후 정계개편 논의에서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세력이 유리한 구도를 이끌어 나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여당 일부 의원들이 ‘노 대통령과 함께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이른바 ‘동승론’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는 점도 이런 측면이 반영돼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정치권 일각의 설명이다.
물론 여의도 정가에 나도는 이같은 ‘설’들은 한갖 소문에 그칠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일단은 이번 의혹이 정치권의 상황 변화를 얼마든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이래저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나겠지만, 한창 무더운 여름 날씨와 반대로 여의도 정가에는 벌써부터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