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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동 표심을 잡기 위한 한나라당 대표 경선 출마자들의 ‘7분 연설’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7분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내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특히 후보자들은 앞다퉈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 당내 높아진 박 전 대표의 위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강재섭 “대통령·국무총리·여당대표도 운동권, 야당 대표는 달라야 한다”
처음 단상에 오른 강재섭 후보는 큰절부터 올린 뒤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재오 후보에게 가시 돋친 비판부터 쏟아냈다. 강 후보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 대선후보가 특정 후보를 민다, 심지어 어느 진영에서는 공천으로 협박을 하며 어떤 자리를 주겠다고도 한다”며 “이런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또 “대표는 당의 얼굴이고 상징이다. 한나라당 정체성을 일관성 있게,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며 “왔다갔다 해서는 안된다. 어설프게 좌파정권 흉내를 내서도 안된다”고 이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도 운동권, 국무총리도 여당대표도 운동권인데 한나라당 대표는 좀 색다르게 나와야 미국·일본하고 대화가 되지 않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강 후보는 이어 “버리는 정치를 하겠다”며 “2년전 탄핵 열풍에서 한나라당이 50석도 못낸다고 할 때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세워야만 당이 살 수 있다고 총대를 멨다”고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내가 대표가 돼 내년에 훌륭한 대선 후보를 뽑았는데 그 분과 지역이 겹친다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대표를 그만둘 수 있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방호 “정통보수 대표해야 모든 보수 세력 하나로 모일 것”
‘강한 야당, 정통보수’를 기치로 내건 이방호 후보는 북한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한반도 안보불안 상황을 십분 활용했다. 이 후보는 “부모형제가 피눈물로 지킨 대한민국이 악의 축 김정일 정권을 지탱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스커드 미사일이 서울시내에 하나만 떨어져도 반경 3km가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잠을 자고 있었다. 국가안보에 칼을 꽂는 이 정권을 앞장서서 퇴출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박 전 대표와 거리에서 사학법 투쟁에 앞장섰다”며 박 전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한 그는 “정권의 불의를 단호하게 심판했던 이방호,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이방호, 투쟁자 이방호 만이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다”며 “정통보수를 대표하는 이방호가 한나라당 대표가 되는 순간 모든 보수 세력이 하나로 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어떤 정치공작도 막아낼 수 있다. 김대업 12명이라도 막아낼 수 있다”며 “저들이 칼을 들면 나는 방패를 들고, 저들이 방패를 들면 나는 칼을 들어 저들을 찌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가락지 끼고 나온 이규택 “제2의 이인제 나오면 껴안고 한강에 투신”
수도권 출신 당 대표를 강조하는 이규택 후보도 박 전 대표와 함께 한 사학법무효 장외투쟁 전력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박 전 대표와 함께 막아냈으며 날치기된 사학법을 무효화시키려고 영하10도에서도 춘천 경기 서울 등지에서 박 전 대표와 함께 투쟁에 앞장섰다”며 “이런 투쟁 경력으로 노 정권을 퇴진시켜 내년 정권 탈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온 사람들 중 이규택과 권영세만 빼고 몽땅 영남권이며 13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출마자도 깡그리 영남출신”이라며 “내년 대통령 후보가 영남 출신이 된다면 대통령도 영남 후보, 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영남”이라고 환기시키며 수도권 출신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특히 자신의 기호를 상징하듯 8개의 손가락에 ‘옥가락지’를 끼고 나와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빠졌듯이 내가 대표가 됐을 때 내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제2의 이인제’가 나타나면 껴안고 한강에 투신하겠다”고 목청을 높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형근 “박근혜, 좌파 흉내내기로 변질된 한나라당 정체성 바로 잡아 줘 감사”
네 번째로 단상에 오른 정형근 후보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정 후보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과 정통성, 일관성”이라며 “일부 철없는 사람들이 변화와 개혁을 얼치기 좌파 흉내내기·따라하기로 변질시켜 한나라당 정체성을 마구 흔들었는데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방향과 키를 바로 잡아 줬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 대표론’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간첩을 잡아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켜냈다”며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공갈 협박에 노 대통령은 비굴함과 아첨, 굴종으로 방관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어 “노 정권과 북한은 정치공작과 술수, 이벤트에 능한 세력”이라며 “저들의 음모를 꿰뚫을 수 있는 전략과 전술, 정보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정형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가 어려울 때는 그에 맞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전쟁 때는 맥아더 장군이, 근대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필요했듯이 한나라당에는 북한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정형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여옥 "여러분 한표는 노 정권에 돌팔매질 당한 몸에 씌워지는 갑옷"여성 몫으로 이미 최고위원에 자동선출된 전여옥 후보는 20개월간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현 정권과 맞서 싸워온 점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 후보는 "나는 2년전 탄핵의 쓰나미 속에서 오로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하나로 걸어 들어왔다"며 "열린당과 싸우는 데, 노 정권과 맞서는데 쉽지 않았지만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고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날(정권교체의 날)이 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후보는 "2007년 대선승리는 정치인 전여옥의 신념이고 정치인 전여옥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제 여러분의 깨끗한 한표를 달라. 여러분의 한표는 열린당에 얻어맞고 노 정권에 돌팔매질 당한 전여옥의 몸에 씌워질 갑옷"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여러분의 한표는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여성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의 여성동지에게 주는 한표"라며 "2007년 12월19일 여러분과 얼싸안고 원없이 울 전여옥을 상상해 달라"며 대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강창희 "충청권에서 이기면 집권할 수 있다"
충청권 대표주자로 출마한 강창희 후보는 유일한 원외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 지역 원외 당원협의회장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강 후보는 "나는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냈고 최고위원도 했고 국회의원도 5번이나 했고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또 다른 경력이 있다"며 "국회의원 낙선 경험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눈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며 "탄핵정국으로 많은 분들이 낙선의 피눈물을 흘렸는데 나는 원외위원장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안다.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하고 여러분을 확실하게 챙기겠다"며 원외 위원장들을 공략했다.
강 후보는 이어 "이 자리에는 박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 다 모였다"며 "손 지사는 동갑내기 친구고, 이 시장과는 형님동생하고 지낸다. 박 대표는 내가 앞장서서 당 대표로 만들었다"고 말한 뒤 "절대 걱정하지 마라. 이 강창희가 세분 모두를 끌어안고 물에 빠지든 불구덩이에 들어가든 한 덩어리로 한 몸으로 만들겠다"고 소리쳤다. 이에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세 대선는 모두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강 후보는 마지막으로 "충청권에서 이기면 집권할 수 있다"며 "충청권 단일후보 강창희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정신 이어받아 한나라 정부 세우겠다"
강재섭 후보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재오 후보는 상대진영의 공세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이 후보는 "당은 변해야 하고 시간을 더 이상 과거로 돌릴 수 없다"며 "'색깔론' '대리전' 등 우리 살을 깎아먹는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원내대표로 박근혜 전 대표와 무난히 호흡을 맞춘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5.31선거에서 박전 대표와 함께 당원 동지여러분들과 함께 압승을 거둔 전 원내대표 이재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816일 동안 당을 안정시킨 박 전 대표의 정신을 이어받고 청계천을 복원한 이 전 서울시장의 정신, 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 손 전 경기도지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2007년 한나라당 정부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나는 30년간 바친 민주화 열정으로 노 정권의 탄압으로부터 당을 지켜내고 정치공작에서 대선후보들을 지켜내는 가장 실력있는 대표가 되겠다"며 "대선승리를 위해 서민의 대표, 강한 대표를 원한다면 이재오를 선택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권영세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득찬 지도부가 어떻게 국민마음 사로잡나"
소장.중도 모임인 '미래모임'의 단일후보로 출마한 권영세 후보는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후보는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 원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 원하십니까. 손학규 대통령 원하십니까"라며 대의원들에게 질문을 던진 뒤 "우리가 변하지 않은 채 세분만 바라보고 있으면 정권을 찾아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후보 대리전으로 변질된 당 대표 경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 후보는 "새로운 시작어야할 전당대회 빛이 바래고 있다"며 "대표 경선이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고 국민 보기에 창피할 정도로 욕설과 헐뜯기가 난무한다. 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색깔론 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권 후보는 이어 "당이 이런데 정권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 다시 옛날로 돌아가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며 "그 때 그 사람들로 가득찬 지도부, 그 나물에 그밥인 지도부가 어떻게 국민 마음을 사로잡겠느냐. 10년을 빼앗기고도 이렇게 한다면 미래는 없고 언젠가 피눈물을 다시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후보는 "지금 필요한 것은 대권주자의 대리인이 아니며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미래를 이끌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 새로운 인물"이라고 강조한 뒤 "내가 젊은표 서민표를 확끌어와 당을 변화시켜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소리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