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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근혜'를 노리는 한나라당의 당권 도전자들이 3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초반 기선제압을 위한 치열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3일 MBC 주관으로 실시한 첫 TV토론에서 8명의 당권도전자들은 당원과 국민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불꽃튀는 기싸움을 진행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한바탕 설전을 벌였고 세 확보를 위한 물밑경쟁을 진행하면서 일부 의원들간에는 감정도 격화된 상황에서 열린 첫 TV토론인 만큼 시작 전부터 후보자들간 신경전은 가열됐다.
강재섭 후보는 녹화시작 전 전여옥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등 친분을 과시한 반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재오 후보와는 사진촬영을 위해 한 자리에 모여서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또 취재진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함께 손을 모아달라고 요구하자 이재오 후보는 "뭐 이런걸"이라며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고 이에 다른 후보가 "그냥 하라는 대로 합시다"라고 말하는 등 초반부터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방송시작 5분 전 부터는 아예 후보자들간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 준비해온 자료를 검토하느라 바빴고 방송 시작 때까지 5분여간 침묵이 흐르는 등 첫 TV토론에 대한 후보자들의 신경전은 점차 가열됐다.
[이재오 VS 전여옥]
이재오 "전여옥은 사실상 최고위원" 전여옥 아킬레스건 건드려
전여옥 "사학법 재개정 딱 한가지로 원내대표됐는데 실패하지 않았나"이런 분위기는 결국 이재오 후보가 전여옥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폭발됐다. 전 후보는 유일한 여성후보로 이미 최고위원 당선이 확정된 상황이다. 때문에 타 후보 진영에선 전 후보에 대한 투표 배제 움직임이 진행된다는 의혹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 후보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큰 전 후보에게 이 후보는 "사실상 여기오신 8명의 출마자들 중에 이미 최고위원이 되신 분이 있다. 전 의원은 사실상 최고위원이 되셔서 축하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가 '덕담'으로 던진 말이었지만 전 후보에겐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을 이 후보가 건드린 셈이다. 그러자 전 후보는 곧바로 "죄송하지만 목표는 최고위원이 아니라 당 대표"라고 맞맏아 치며 "많은 후보들이 여성후보로 이미 최고위원에 들어왔기 때문에 표를 주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등외로 들여보내겠다는 의도인데 그래서는 한나라당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전 후보는 이어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 상호토론에서 질문 모두를 이 후보에게 할애하며 공세를 폈다. 전 후보는 바로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사학법 재개정 약속'실패를 꼬집으며 반격에 나섰다. 전 후보는 "이 후보는 사학법 재개정 약속 딱 한가지를 걸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는데 사학법 재개정에 실패했다"며 "원내대표로도 실패했는데 어떻게 당 대표가 돼서 사학법 재개정 등 수많은 일을 성공할 수 있겠느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가"라고 따졌다.
전여옥 "정치경력 오래됐는데 열린당이 노무현 말 거부하리라 예상도 못했나"
이재오 "앞으로 의원을 좀 더 해보면 아실 것" 응수이에 이 후보는 "결과적으로 사학법 재개정이 안된 것은 안타깝지만 나는 약속대로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을 받아주는게 옳다는 지시를 받아냈다. 그 이후 일은 전 의원이 알겠지만 당 대표가 돼서 9월 정기국회에서 재개정을 반드시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반박한 뒤 "내가 원내대표를 맡기 전 보다 맡은 후 사학법 재개정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 후보는 "노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지만 먹히지 않았고 (열린당)원내대표 조차도 노 대통령 말을 전하지 말라고 했다. (이 후보는)정치경력이 오래됐는데 이런 것조차 예상하지 못했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자신의 임기를 박근혜 대표와 같이 하겠다'했다가 '전대까지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전 후보의 날카로운 공세에 이 후보도 "얼핏들으면 맞는 것 같지만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재개정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는데 열린당이 안받았다. 그렇다고 국회를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 뒤 "(전 후보가)앞으로 의원을 좀 더 해보면 알 것"이라며 초선인 전 후보를 비꼬았다.
[이재오 VS 권영세]권영세 "이재오는 '독재자 딸 박근혜, 당대표 되면 탈당하겠다'더니"
이재오 "6개월 일하면서 박 대표의 애국심에 감동했다"소장·중도 성향의 의원모임인 '미래모임'의 단일후보로 나온 권영세 후보는 반박근혜 세력의 대표주자였던 이재오 후보의 변화를 꼬집었다. 권 후보는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관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데도 이 후보는 '특정후보에 기울어진 것이 없다'고 한다"고 공세를 폈다. 권 후보는 "2004년 3월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망한다'했고 '박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탈당을 하겠다'는 얘기도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후보는 "당시 한 스포츠 신문과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신문에서)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는 사람은 박 대표를 훌륭한 지도자의 딸이라 할 것이고 유신을 기억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유신의 딸'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답한 것인데 그 신문이 앞뒤 자르고 기사를 썼다"며 자신의 말이 와전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와 6개월 간 일을 하면서 박 대표의 애국심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강창희 VS 이재오]
강창희 "행정도시 폐지법안으로 지방선거때 고생했다. 집권에 장애된다"
이재오 "이제 무효화된 것이나 다름없다"충청권의 대표주자로 나선 강창희 후보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반대하고 폐지법안까지 낸 이재오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퍼부었다. 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패배했고 17대 총선에서 대전 충남 충북에서 전원 낙선했다"며 "이 후보는 수도분할 반대투쟁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2005년 4월 7일엔 폐지법안을 제출했다"며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이미 토지보상이 80%이상 끝났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당 대표가 됐을 때 충청권에 대한 반발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이 후보는 "지금도 서울을 쪼개서 반을 어디로 보내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나 충남 공주·연기에 그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를 건설하고 그 지역의 균형발전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에서도 그 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했기에 헌재의 판결을 따라가면 된다. 새삼스럽게 꺼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강 후보는 다시 이 후보에게 "폐지법안을 냈는데 돌이킬 수 없는 법안을 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계속 문제가 돼 고생했다"며 "철회해줬으면 한다. 폐지안을 놔두면 집권에 장애가 될까 걱정된다"고 거듭 이 후보를 코너로 몰았고 이에 이 후보는 "그 법안은 별 의미가 없다. 70여 의원들이 자기소신에 의해 발의했는데 이제 무효화 된 것이나 다름없는 법안을 다시 서명을 받아 폐지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당 대표가 되면 행정복합도시는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맞섰다.
[강재섭 VS 이재오]
강재섭 "'범우파연대' 용어 달갑지 않다,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
이재오, 강재섭 공세에 맞대응 자제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강재섭-이재오 두 후보의 신경전은 이 후보가 강 후보의 공세에 맞대응을 하지 않으며 김이 빠졌다. 강 후보는 이 후보가 제기한 '범우파연대'를 거론하며 "기본적인 취지는 찬성하지만 용어는 달갑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 후보는 "우파 좌파라는 이념적 잣대로 가르는 것은 용어를 사용한 사람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우리는 부패 세력과 친북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이어 "용어 자체를 범우파연합이라 하지말고 산업화 민주화 유비쿼터스를 다 섞는 노무현식 정권에 반대하는 통합을 해야 한다"며 거듭 이 후보의 '범우파연대'발언을 지적한 뒤 "범우파연합이라고 말을 만들어 내신 우리 후보들 중 정체성에 콤플렉스나 일관성이 없었기에 그런 용어를 쓴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강 후보에게 맞공세를 펴지 않았다.
[이방호 VS 강창희]
이방호, 강창희에 "5공 민정계 인물인데 시대정신에 맞다고 보나"
강창희 "정수기로 걸러져도 10번은 더 걸러졌을 것"이방호 후보는 강창희 후보가 민정계 출신이며 5공화국 인물이란 점을 지적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실패한 것은 당이 시대흐름을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당이 뼈를 깎는 아픔을 겪으며 미래로 나아가자 했고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도 당에 공로가 있는 분을 배제한 것도 이런 몸부림"이라고 주장한 뒤 "강 후보는 5공화국 당시 권력의 핵심에 있었고 많은 벼슬을 했는데 시대정신에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 후보는 "맞다. 나는 5공화국에 민정계 출신"이라고 말한 뒤 "그러나 27년동안 정치 하면서 민주화에 역행한다든지 인권탄압을 했다든지 부정부패에 연루돼 오명을 남겼다면 이 자리에 있었겠느냐"며 "민정계 사람들이 몇 명 없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무수히 검증을 받았고 정수기로 따지면 10번은 더 걸러졌을 것"이라고 맞섰다. 강 후보는 이어 "민정계도 5공화국 사람도 3공화국 사람도 필요한 사람이라면 힘을 모아 정권창출에 도움이 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