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학박사인 이재교 변호사가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 '자유주의 칼럼' 코너에 올린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원조타령이나 색깔 씌우기, 낙인찍기는 이제 그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 

    요즘, 지만원씨, 이상돈 교수라든가 인터넷 독립신문 등이 “뉴라이트는 위장한 좌파 집단”이라는 등으로 몰아붙이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전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직감에 의지한 주장인데다가 내용도 터무니없으므로 일일이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지만, 이참에 뉴라이트와 ‘올드라이트’의 의미와 관계에 대하여 정리해 볼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우파끼리 싸우는 것은 적전분열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과연 그러한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편의상 뉴라이트와 대비되는 경향을 올드라이트라고 칭하면서 논의해보자. 올드라이트는 young-right가 아니라 new-right에 대한 대비개념이니 여기서 올드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낡았다는 의미임을 강조하고 싶다. 결국 올드라이트는 특정집단이나 세대, 인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파이되 시대에 뒤떨어지는 낡은 이념 내지 태도를 고수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뉴라이트는 산업화세대 일반을 올드라이트라고 규정한 바 없으며, 그 분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세대로서 존경받아 마땅하다. 다만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시대에 통용되던 국가만능주의, 반공주의 등에 여전히 집착하는 경향은 올드라이트로 분류될 것이다.

    1970년 이전까지 남한은 군사력은 물론이고 경제력도 북한에 뒤졌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다. 북한은 끊임없이 간첩이며 공비를 남파시키면서 위협했다. 그리고 공산주의는 빈곤이라는 토양에서 번성한다. 그래서 산업화세대는 반공을 앞세우면서 국가계획경제를 통하여 효율적인 빈곤탈출을 도모했다. 산업화세대의 노력과 희생이 결실을 맺어 세계가 경탄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번영은 누가 뭐래도 그 분들의 공로다. 이를 해낸 산업화세력은 한민족이 존재하는 한 역사에 찬란히 빛날 세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1987년 6·10항쟁을 전후하여 국내에서는 급속한 민주화가 진행되고 국제적으로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세계화라는 커다란 변화가 진행됐음에도 이에 걸맞는 우파의 자기 혁신이 뒤따르지 못하게되면서 결국 DJ정권과 현 정권을 거치며 좌파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우리가 어떻게 일으킨 나라인데... 대통령이 돈 갖다 바치면서 김정일을 찾아가질 않나, 공산혁명론자가 어느날 갑자기 민주투사가 되질 않나, 6·25가 통일전쟁이라고 하질 않나, 그리고 경찰이나 군이 백주대로 시위대에 몰매를 맞질 않나.”

    2004년 가을, 우파라면 ‘수구꼴통’으로 취급받던 시절, 탄핵역풍으로 우파는 숨도 못 쉬던 시절, 스스로 우파임을 자처하는 뉴라이트가 등장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전 우파의 잘못을 바로잡아 좌향좌로 치닫던 대한민국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이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가 아니라 세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유일한 신생국이라는 자부심을 갖자고, 좌파로부터 대한민국을 되찾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우파의 몰락, 좌파의 발호에 좌절하던 사람들은 그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산업화세력은 뉴라이트에 대하여 세 갈래 유형으로 대응했다. 첫째 유형은 뉴라이트 후원세력이다. “그래, 우리 세대는 임무를 다했다. 너희 뉴라이트가 나서서 좌파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해다오”하면서 뉴라이트 활동가의 두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노장들이 그 분들이다.

    둘째 유형은 뉴라이트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 함께 활동하는 분들이다. 좌파 운동가들이 주동한 뉴라이트 운동에 우파성향의 노장들이 변신하여 합세한 것이다. 자유주의연대 회원이나 후원자 중에는 이런 분들이 꽤 있다.

    셋째 유형은 바로 올드라이트다. “우리가 나라 위해 고생할 때 너희들은 빨갱이 운동하다가 이제 뉴라이트라고 하면, 우린 그럼 퇴물이란 말이냐? 우리가 정통우파이고, 너희들은 위장전향한 빨갱이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이다.

    산업화세력이 좌파에 주도권을 넘겨준 가장 큰 요인은 부패이미지와 반공 지상주의에 있다고 본다. 부패세력이라는 비난은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 우리 사회가 후진적이었고, 부정부패는 어느 후진사회에나 흔한 현상으로서 우리 사회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을 뿐이므로 산업화세력이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거니와 좌파는 깨끗하냐고 되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좌파가 부정을 저지르지 못한 것은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몇 년 전부터 목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반공 지상주의는 문제다. 올드라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이야 지당할 뿐이지만, 이를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 툭하면 이 칼을 휘둘렀기에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진짜 공산주의자를 가리켜 빨갱이라고 소리쳐도, “수구꼴통들, 또 그 메뉴야”하는 소리가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좌파론자의 말을 인용했다고 아직도 좌파로 의심하는 데에는 그저 어이없을 뿐이다. 결국 좌파를 추호도 용납할 수 없다는 그 충정에서 비롯된 좌파 알레르기가 오히려 좌파를 도와주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빨갱이라는 용어도 그렇다. 빨갱이라는 말은 색깔 씌우기라는 오해를 사기에 딱 좋기 때문에 이제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용하더라도 폭력공산혁명노선을 추종하는 자 또는 이북정권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만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낙인찍기는 수구좌파들도 즐겨쓰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좌파적 경향 또는 그와 유사하다고 보이면 모두 빨갱이라는 식의 말도 동일한 낙인찍기일 뿐이다.

    이런 마녀 사냥식의 빨갱이 타령만으로도 좌파에게 넘겨준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더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국민이 뽑은 정권을 빨갱이 정권이라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빨갱이 대통령이라고 불러서야 얼마나 공감을 얻겠는가? 탄핵역풍을 보라. 당시에도 노대통령의 지지도는 형편없었고, 선거개입 발언에도 부정적이었지만, 탄핵으로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는 시도는 국민들로부터 단호하게 거부당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빨갱이라고 불러서야 반감만 살 뿐이다.

    뉴라이트가 다 옳을리는 물론 없다. 경험 많은 앞선 세대들이 뉴라이트가 잘못하는 점을 지적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뉴라이트는 그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일이다. 다만, 그 비판은 합당한 근거를 둔 타당한 비판이어야 한다. 어른스럽지 못하게 정통우파 원조타령이라든가 색깔 씌우기나 낙인찍기는 옳지도 않거니와 이제 통하지도 않는 세상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뉴라이트와 올드라이트는 그렇게 먼 거리에 있지 않다. 그러나 올드라이트가 특히 반공 문제에 대하여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앞세워 별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현 단계에서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와 무조건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주문은 뉴라이트 운동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좌파에게 정권을 내주고, 그들의 발호를 보면서 홧술만 마시던 당시로 돌아가자는 말인데,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가 서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든가 아니면 누가 더 국민의 공감을 얻느냐는 공정한 경쟁을 하면 된다. 그러니 뉴라이트가 위장한 좌파 집단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시여, 부탁드리건대, 근거를 들어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