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내달 1일부터 개정 사학법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끝낼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사학들은 불복종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재단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한 사학법 규정 등을 이사회 정관(定款)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강경 대응을 시사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교원단체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교육계는 혼란에 빠져 있다. 여기에다 개정 사학법 시행까지 강행할 경우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태는 1월 여야가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하기로 합의하고도 흐지부지한 탓이 크다. 여당 잘못이 더 크다. 여당은 재론하기로 해 놓고는 “개정 사학법은 당의 정체성과 같은 것이어서 재개정은 안 된다”며 강경한 자세로 돌아서 4월 임시국회에서 타협안 도출을 무산시켰다. 이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개혁 장사’ 성격이 짙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개정 논의가 일시 중단된 사학법을 밀어붙여 사학의 반발과 혼란을 키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의 양보’를 주문했던 것과도 맞지 않는 행태다. 모법(母法)의 독소조항을 해소한다며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도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애당초 시행령을 조금 손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여야는 19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재개정 협상에 나서야 한다. 사학의 투명성은 확보돼야 하지만 사학법의 위헌적 내용까지 그냥 넘겨선 안된다.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나만 옳다’는 독선적 여당에 대한 심판이기도 했다.

    교육정책은 붕괴 직전에 있다. 정권이 전교조 편들기에 바쁘고 이에 자극받은 다른 단체들이 서로 ‘내 몫’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통제력과 추진력을 상실한 탓이다. 이제 사학법 재개정을 비롯해 교육을 정상(正常)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이념과 코드’로 교육을 마름질하려 해서는 교육 전반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