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후보를 중심으로)줄서기할 우려가 보인다"(박형준 의원)
    "(전당대회가) 대선후보별로 대리인을 내세워 줄서기하는 형태는 안된다"(임태희 의원)
    "특정 유력 후보 진영에서 (당 대표가)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대진영에서 '내가 이 당에서는 내가 대권후보가 되기 어렵겠다' 싶어 분당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박계동 의원)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형준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초·재선 의원들이 한국 정당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계파정치'를 타파하겠다며 '정치실험'에 나섰다.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과 중도성향의 '푸른모임', 초선 모임인 '초지일관' '중초회' '무욕회' 소속 의원들은 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열고 7월에 열릴 전당대회에 '독자후보'를 내 전당대회가 대선후보간 대리전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수요모임+초·재선 47명, '빅3에 대항할 독자세력 만들겠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만 22명이며 모임에 동참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47명이고 원외위원장도 9명이나 된다. '미래를 지향하는 의원들의 모임'(가칭)이란 모임명을 만든 이들은 앞으로 소속 의원들의 참여를 확대해 영향력을 더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계파정치'를 타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독자세력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이들의 주장처럼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 중 출마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의원만 7~8명에 달하고 이들이 모두 합의하고 승복할 수 있는 후보선출방식을 도출하는 작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7~8명이나 되는 후보들을 어떻게 압축시켜 독자후보를 낼지 여부다. 이날 모임에서 후보선출방식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박형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선출문제는)출마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예민하고 복잡하다"며 "(출마자가)한명이 될 지 몇명일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다음 주부터 2주간 후보 결정과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후보 선출방식으론 출마희망자들간 미니경선 방식과 추대형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미니경선' 방식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미니경선' 방식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최종 선출될 후보의 경쟁력 상승이란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그러나 몇명의 후보를 낼지에 대해선 의원들간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은 "대표최고위원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후보 1명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임태희 의원은 "한명이 아니라 몇명을 추려서 내보내야 한다. 단일후보는 아닐 것이다"고 못박았다.

    또 외부인사영입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 시기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자신들이 내세운 독자후보가 중진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경우 외부인사들 중 '대항마'를 찾아 내세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도 '외부인사영입'에 대해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권대리전+정치생명 건 중진들의 혈투+초·재선 대거 출마로 후유증도 클 듯

    이처럼 소장파와 초·재선 의원들이 당내 '독자세력화'란 카드를 꺼내며 7월 전당대회는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후보의 대권대리전에 보-혁간의 세대결까지 겹치며 한층 더 복잡한 대결구도가 짜여지게 됐다.

    전당대회 대결구도가 복잡해짐에 따라 7월 지도부 입성을 준비하는 의원들의 고민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진 의원들의 경우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입지가 크게 위축될 수 있고, 대선후보에 반기를 들고 출사표를 던진 초·재선 의원들 역시 결과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권을 준비하는 의원은 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며 중진 의원으론 첫 도전장을 내민 이규택 최고위원이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강재섭 전 원내대표, 이재오 원내대표, 맹형규 전 의원 등이 출마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 모두 당내에서 주요 당직을 맡으며 상당한 영향력을 키워온 만큼 전대 결과에 따라 패하는 쪽은 자신의 정치생명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소속 의원들과 지인들을 접촉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3선의 이상배 정형근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에 도전장을 내민 초·재선 의원들까지 합치면 출마 의원들의 규모는 '매머드 급'이다. 초선 의원의 경우 공성진 전여옥 이종구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미래를 지향하는 의원 모임'(가칭)에 포함된 의원들까지 경합을 벌일 경우 7월 전대는 특정 후보가 독주하기 힘든 구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