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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親)이명박계’로 분류돼 왔던 홍준표 의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쏟아낸 반면 ‘친(親)박근혜계’ 인사인 전여옥 의원은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 주최로 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한 자리에서다.
이는 당내 복귀를 앞둔 이 시장이 지난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오세훈 당선자를 측면 지원했다는 지적에 홍 의원이 상당히 섭섭해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친이(親李) 세력’의 분열 조짐으로까지 비춰져 더욱 주목된다.
이명박 겨냥, “패배주의적 발상에 젖어 있어 유감”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 꿈은 이루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홍 의원은 “전 의원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두고 기자들이 전혀 의외라고 하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홍 의원은 얼마 전 이 시장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6개월 전에 후보를 뽑는 것은 너무 빠를 수 있다”며 당헌·당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에 젖어 있어 유감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내 대선 경선에 대해 대선후보를 6개월 전에 미리 뽑는 것은 공격당하기 쉽다고 이야기하면서 3개월로 늦추자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는데 한나라당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은 국민적 검증 기간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며 “한나라당은 흠 있는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전여옥 10명만 있으면 한나라당 집권 가능하다”
그는 이어 전 의원을 향해서는 “남자 보다 낫다”며 “한나라당에 전 의원 같은 사람 10명만 있으면 집권 가능하다”고 극찬했다. 그는 “남자들이 앉아서 겁내며 눈치를 보고 이미지를 가꾸고, 화장을 하고, 선탠하는 등 웰빙 생활한 지난 2년 반 동안 전 의원 혼자 싸워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물러나야 하는 엄청난 사건인 김재록 사건과 론스타 사건이 터졌는데도 한나라당은 그것을 파헤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 의원 126명이 전부 전사로 나서 대여투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극명하게 다른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조직은 당을 위해 헌신하다가 꼬투리가 잡혀도 당 차원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한나라당은 뭉쳐서 헌신하고 고생한 사람이 공격 받을 때 한마음이 돼서 감싸 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오세훈 당선자가 '오풍'을 일으키며 경선일 보름 앞두고 참여했을 때도 이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일당독재, 한나라당에 독될 수 있다”
“가해자 박근혜와 피해자 DJ가 화해하면 호남 정서 달라진다”
그는 “정권은 그냥 오지 않는다. 특히 좌파정권이 해방 이후 50년간 비주류로 살다가 비로소 주류가 됐는데 집권한지 10년 만에 정권을 내주겠느냐”면서 “한나라당은 철저히 밑으로, 서민 속으로, 국민 속으로 내려가 박박 기어야 한다. 그냥 대표 주변에만 얼쩡거리다가 내년 대선을 또 기약이 없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5·31지방선거 한나라당 압승에 대해 “서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이 일당 독재 시대가 돼 버렸다. 이렇게 되고 나니 걱정스럽다”며 “우리 국민들은 한 정당에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다 몰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지방선거 압승이 한나라당한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과 열린당이 다음 시대를 통일시대로 보고 ‘평화민주개혁세력’이라는 좋은 말을 선점하고 있다”며 “노 정권이 모든 정책의 남북관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도 다음 화두는 통일시대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국민소득이 3만2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떨어지는 등 통일 후유증을 겪고 있는 독일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통일을 이루려면 우선 대한민국이 선진강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선진강국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0대의 반미운동도 대한민국이 미국의 통상압력을 다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강국으로 가자는 운동일 수도 있다”며 “20~30대가 다 좌파여서 반미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파운동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선진강국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집권부터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 지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가해자인 박근혜 대표와 피해자인 DJ가 화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이 화해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 정서가 달라진다. 호남지역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한나라, 확실한 보수 색깔로 행동하라"
2007년 대선을 향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고 ‘정권창출’을 위해 학계 인사들로부터 쓴 소리를 자청했다. 이날 모인 참석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행동하라”
강경근 숭실대 교수(법과대학)는 정부·여당이 민심을 잃은 것은 “생활현장에 밀착하지 못하고 관념으로만 그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한나라당도 현장을 책임지는 설계자가 아니라 면피용의 공평한 관전자의 입장에 서기를 즐겨했다”며 “시대의 소명을 캐치할 수 있는 능력과 진지하게 해법을 찾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라이트, 선진화 등의 말은 매력적이지만 추상적이다. 이들 정신이 말하는 바를 현장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며 “정치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백 마디의 현란한 관념의 이론이 아니라 한마디의 확실한 현장성 있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짜 행동은 단순 무식한 말 한마디로도 전쟁터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도 했다.
“보수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라”
그는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표의 진심이 극우보수로 가는 걸 용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잘못봤다”며 “국가정체성에 반하는 반역 세력과 진보좌파 그리고 극우보수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난 2002년 대선의 실패를 되풀이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여중생 촛불시위대 앞에 서 많은 온건 우파 사람들이 실망해 투표장에 가지 않도록 했다. 그렇다고 소위 진보세력이나 친북좌파들이 이회창씨에게 표를 던진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은 지난해 개정된 정강·정책 중 제3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조항과 관련,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와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부분은 인기를 위해 현재 좌파적 시민운동단체들과 참여정부에서 상투적인 용어를 빌려왔다는 인상을 준다”며 “‘무조건 대기업 편을 든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전향적인 노력’이라고 답변하는 것과 같은 소극적이고 숨기는 비겁한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겁하게 숨거나 숨기면서 현 정부의 실정의 반사이익만을 향유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나설 때 기존 지지층의 결집은 물론 새로운 젊은 지지층의 확보도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