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9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이 쓴 '불법시위단체에 세금 지원 안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익활동을 증진하고 민주사회의 발전에 기여토록 한다는 취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해마다 수백억 원씩 시민운동단체들(NGO)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활동을 주요 임무로 하는 시민운동단체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운동단체들이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정부에 세금을 낸 납세자들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선호와는 전혀 동떨어진 단체를 자신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삼가야 하고, 보조금을 주는 경우에도 아주 엄격한 자격 및 사업계획 평가 등을 거쳐야만 한다. 보조금이 적절하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엄격한 사후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보조금 지급이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설혹 시민운동단체들의 재정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불법폭력시위를 일삼는 단체들에까지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불법폭력시위가 공익활동이나 민주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리는 만무하며, 따라서 이런 단체들에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수혜의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해서는 보조금 신청 자격의 제한과 함께 계획된 보조금의 지급 중단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지급한 보조금의 환수(법 제12조)까지도 고려함이 마땅하다. 이들 불법폭력시위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혈세 낭비이며 자해행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부는 5월17일 ‘평화적 집회와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공동위원장 한명숙 총리·함세웅 신부) 제3차 회의를 열어 불법폭력시위에 참여한 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을 중단 내지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민간위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보류됐다고 한다. 함세웅 공동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불법시위 참가 여부가 단체인지 개인인지를 가리기 어려워 불법시위단체에 대한 지원금 배제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불법폭력시위에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한 것인지 아니면 단체가 조직적으로 준비해서 참여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니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는 듯하다.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 정부 방안이 무산되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입맛은 쓰다.

    어쩌면 불법폭력시위를 하는 시민운동단체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 중단이라는 단안을 현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무리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국군과 경찰이 폭력시위대에 의해 무차별 몰매를 맞고 공권력이 무너졌음에도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씩 물러나 냉정을 되찾자”고 한가한 말만 한 사람이 정부측 공동위원장인 한명숙 총리다. 그리고 함세웅 민간측 공동위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하여 지난 수년간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수많은 종류의 범국민대책위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시민운동단체의 상임지도위원을 지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방안이 무산됐다고 하니 우리 국민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법폭력시위에 나서는 시민운동단체들을 성실하게 낸 세금으로 지원해 주어야 할 판이다. 내가 돈까지 줘가면서 나를 해치는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