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보다 낮은 당 지지도를 놓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5·31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2007년 대선까지의 대권을 겨냥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정 의장의 입장에선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이 은근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지방선거 판세도 정 의장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27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난 2월말 22.9%에서 3월초에는 29.4%로 상승하더니, 현재는 30%대(4월 25일 조사에선 31.0%)를 유지하면서 꾸준한 상승기류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열린당 지지도는 같은 시기 20% 초반대 수준에서 최근에는, 한나라당 공천비리 파문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19.7%(지난 4월 11일 조사에선 22.6%)로 2.9%P나 빠졌다.

    정 의장이 당권 장악 당시부터 당 지지도(한사연 2월 21일 조사에선 18.4%)가 워낙 형편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당 지지도 문제를 생태적인 문제로 백번 양보해 간주한다 치더라도 지방선거 책임론에서는 자유롭지 않은 만큼,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방선거를 완승으로 이끌어낸다면야 말 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재의 지방선거 판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이후 정국 상황에 대한 계산도 머릿속에 그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단은 낮은 당 지지도가 회복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노 대통령의 지지도라도 상승추세에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 완패 시에 초래될 수 있는 레임덕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지방선거 이후 정국운영의 주도권은 물론 정치지형의 변화 여부가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 각 계파간 세력 양상도 민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문제는 곧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 운영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하는 문제인데, 현재 판세라면 청와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도의 후반기 국정 운영이 이뤄질 경우 개헌논의 등을 비롯한  ‘청와대발(發)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 닥칠 개연성이 크다는 당 안팎의 관측이다. 정 의장의 입장으로선 현 판세의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유지를 원하고 있는 만큼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나름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도 오게 된다는 것이다. 결단을 곧 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시도를 의미하는데, 이럴 경우 당내 각 계파간의 세력 양상도 있기 때문에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가 그 결과 여하에 따라 열린당의 당운과 함께 정 의장의 대권 계획에도 심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이런 측면과 맥이 맞닿아 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정 의장에게 지방선거 책임론에 대한 마지노선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일단은 전북 지역에서의 필승과 서울·경기 중 한 곳의 광역단체장만 당선시켜도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한발 비켜갈 수 있다는 분위기다. 얼마만큼 상대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느냐하는 것도 관건인 만큼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고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으로, 정 의장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 의장으로서 가장 큰 문제는 노 대통령이 본질적인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이 달라진 국정운영 스타일 때문이 아니라, 지방선거 기간 동안 직접적인 정치에 관여하지 않은 조용한 행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지지율 상승세는 곧 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임기 후반 국정 운영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의장은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을 놓고서도 당시 묘한 관계를 보였던 만큼 일단 정 의장은 일단 ‘노심(盧心)’에는 한발 비켜서 있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아울러 당내 각 계파간의 세력다툼 양상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권 내 또 다른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는 당내 서열 2위인 김근태 최고위원의 경우에도 지방선거의 책임 문제라는 측면에서는 정 의장과 한배를 타고 있지만 정 의장 독주체제의 당 운영에 일정 부분 ‘소외’(?)돼 왔었던 만큼 운신의 폭은 넓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 여하 이후에 따라 이해찬 유시민 신기남 김근태의 ‘범개혁세력연합’ 등을 통해 구심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모든 계파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당 복귀 시점도 빨라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다자간의 경선 구도와 정치권의 지형 변화에 따른 변수들이 복잡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현재의 기득권을 정 의장으로서는 내놓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의장이 최근 고 전 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지원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는데 이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