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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통터지는 맹형규·홍준표·이계안

입력 2006-04-12 09:17 | 수정 2006-04-12 10:39
조선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양상훈 정치부장이 쓴 칼럼 '맹형규·홍준표·이계안의 울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고건, 강금실, 오세훈의 공통점은 정치인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여론 지지도가 높은 것은 이른바 탈(脫)정치인 형이라는 핵심 요소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고건 전 총리는 특정 정당과 연계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가 어느 정당이든 발을 담그는 순간 지지율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 후보는 말로는 부인하지만 실제로는 당 색깔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도 한나라당 의원으로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여론 지지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당 안에 있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나쁜 ×’ ‘거짓말 하는 ×’ ‘실력없는 ×’으로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정당 밖에 있으면 참신한 사람, 정직한 사람, 유능한 사람이 된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이를 ‘반(反)정치의 정치’라 불렀다.

여론이 온통 반정치 성향이 된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는 비정상적인 갈등을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 그 갈등은 모두가 정치를 통해 분출되고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정치권에만 왜 저질 싸움판이 됐느냐고 묻는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 싸움판 속에서도 정치권에선 나라와 사회를 위한 모색도 적잖이 있었다. 언론엔 그런 모습은 잘 비치지 않았다. 결국 국민은 정치인이라고 하면 신물을 내게 됐다.

정치를 혐오하고 우습게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인류 어느 누구도 정치와 정치인의 영향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 유사 이래 인간의 삶을 결정적으로 좌우한 것은 정치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수밖에 없다. 정치와 정치인이 잘나서가 아니라 모든 문제의 본질은 결국에는 ‘힘’과 ‘힘끼리의 충돌·조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북한이 오늘날 저 지경이 된 것은 한마디로 정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정말 형편없었다면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국가로 일어설 수 있었을까.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날 싸웠든, 인기가 있든 없든,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지새웠든, 정치가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밀고 온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도 유아기와 성장기 때 정치가 진짜 잘못됐다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며, 앞으로도 정치가 정말 잘못 가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수없는 나라에서 수없이 반복된 일이다.

우리 사회의 반정치 흐름은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 납득할 수 없는 정치 현상과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정치인들이 국가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으며, 나라와 사회가 처한 과제들이 정치를 통해 풀려나가고 있다. 탄핵 역풍으로 무더기 당선된 이번 국회의원들 수준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그래도 우리 사회의 인재들이 모인 곳이 정치권이다. 기업경영자들과도 얘기해봤지만 공적(公的)인 마인드로 문제를 생각하는 능력은 정치인을 따라갈 수 없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나라 문제를 붙들고 씨름해온 것이 죄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맹형규 전 의원·홍준표 의원이나 “나도 국회의원만 아니고 대기업 사장으로 그냥 있었다면 서울시장 영입대상 1순위”라고 울분을 삼키는 이계안 의원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앞으로 누가 뭐라든 우리나라를 이끌 리더는 결국 정치인들 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적 리더십은 기업이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당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한강에 정치인, 기업인, 교수, 의사, 변호사 등등이 빠졌다면 정치인을 가장 먼저 구해야 한다. 한강물이 오염될까봐서가 아니다. 정치인을 먼저 구해서 그가 리더가 돼 다른 사람들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정치인밖에 없고,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욕먹고 얻어터지면서도 그 일을 해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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