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을 만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노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하니 서울시장이 되면 공무원들은 매일 놀 수 있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영애나 배용준이 인기가 많아도 (선거에) 나오면 (유권자들이 표를) 찍겠느냐”고 했다. 이 시장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해선 “계획성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는데 나라면 그렇게 안 한다”고 했고 천정배 법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선 도전에 대해선 “나오는 것은 자유지만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시장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긴장이 풀어져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 같다”고 했다.

    이 시장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해변에 놀러 온 사람처럼 긴장이 풀려 있다던 한나라당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시장 본인인 듯 하다.

    강 전 장관은 5월 서울시장 선거에 여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시장이 자신의 후임이 될지도 모르는 강 전 장관에 대해 “시장으로 적합하네 아니네”, “당선이 쉽네 어렵네”라고 말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겠는가. 또 이 시장은 공식출마 선언은 않았지만 야당 대선 후보를 노리는 유력한 주자 중 하나다. 그런 이 시장이 여당 주자 하나 하나를 향해 이런 저런 품평을 하면 그것은 결국 자신을 향해 쏜 화살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긴장이 풀려도 단단히 풀리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을 한 것이다.

    백 보 양보해서 정치인들에 대해선 그럴 수 있다 치자. 이 시장이 지난 4년 가까이 자신과 함께 일해 온 서울시 공무원들, 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한류 확산에도 기여한 배우들을 그들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정치적 수사의 소도구로 동원한 것은 당사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이 시장이 이 정도로 긴장이 풀린 것은 아마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대선 주자 중에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이 시장은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을 1년 또는 6개월 앞둔 시점까지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대선주자들의 운명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를 한번 되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