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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남북화해가 먹고사는것보다 절실해?

입력 2006-02-22 09:24 | 수정 2006-02-22 09:25
조선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에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쓴 시론 '대통령은 외롭고, 국민은 괴롭던 3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탄생한 지 3년이 됐다. 노 대통령에게 표를 주었던 유권자가 바랐던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정부패와 기득권에 대한 시원한 해결이었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노 대통령은 ‘강남불패론’에 도전하고 교육의 ‘3불(不) 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상스러울 만큼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 3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러한 여론조사를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들 눈에는 노 대통령이 정말 국민을 위해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국민들도 대통령의 진정성 자체는 부인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민이 야속하고 또 외로운 것이다.그러나 국민은 대통령이 야속하다. 배가 고파 허기진 사람들에게 자꾸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하니 말이다.

100년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동북아 균형자가 되는 것이 대통령에게는 치열한 아젠다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자신들의 삶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정치적 이슈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지난 3년은 대통령과 국민이 서로를 원망하면서 지쳐버린 세월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과 국민의 사이가 이렇게 멀어지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대통령의 역할과 문제해결 방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개혁이 성공하면 경제는 제자리를 찾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국민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그 정치는 실패한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취임한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지금 국가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중이고 그 효과는 4~5년이 지나야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지 10년이 아니다. 선거공약은 대통령 임기 내에 효력을 발생하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 얘기만 나오면 청와대는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언론이나 학계에서 지적하면 곧바로 거시지표도 좋고 외국에서의 국가경제 신인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렇다면 왜 노 정권에 들어와서 빈부격차가 오히려 심화되었는지 묻고 싶다.

지난 3년 동안 서민경제의 문제는 항상 역사청산 등의 정치적 이슈에 밀려 한번도 그 중요성과 긴급성이 부각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한폭탄 운운하면서 빈곤의 문제가 곧 사회를 폭발시킬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만 하더라도 그 원인과 해법에서 이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빈곤의 문제는 몇 년 동안 지속된 내수경기 부진과 그로 인한 기업의 투자와 고용시장 위축에 기인한 것이지 소위 부자나 강남 사람들 탓이 아니다.

‘꿀벌의 우화’의 내용을 인용한다면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부를 쌓도록 내버려둬야 사회가 발전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가 결국 세금과 일자리 창출, 나아가 사회 기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불건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돈 있는 사람에 대한 왜곡과 편견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 컨설턴트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공산주의에 가까운 태도를 지녔다. 일단 돈을 많이 가졌으면 다 부정직하게 벌었다고 가정한다.”고 했다. 사람의 부귀를 무조건 사악한 것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를 국가가 앞장서 조성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걱정된다.

지난 3년 사이 일본은 경제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와 5%대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자랑하는 40년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불과 20년 만에 달성해 버리고 미국의 견제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은 취임 때 ‘동북아 허브’를 얘기했지만 지난 3년 동안 ‘경제’를 애타게 외친 국민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남은 임기 2년 동안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일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과거사나 남북화해보다는 먹고사는 문제가 더 절실하다는 국민의 진정성을 이제는 받아들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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