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석에서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판결에 강한 유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해 ‘시민을 위한 변호사들(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 이하 시변)’이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법부의 존재와 권위를 부정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법원장이 개별 사건의 재판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두산 사건은 최종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최근 승진한 판사들과 법원행정처 간부 20여명과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두산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번 판결은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수백억원씩 횡령한 기업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8일  박용오·박용성 두산그룹 전 회장에게 회사돈 286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씩을 선고했다. 박용만 전 부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이 선고됐고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17일 시변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존재와 권위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시변은 “잘못된 판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 있어서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다”며 “그러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번 사건을 맡은 법관도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했을 것이고 설사 잘못된 판결이라도 상급심에서 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변은 이어 “특정 사건의 결과만을 보고 그 판결이 유전 불벌(有錢 不罰)의 논란을 일으킬만한 사안인지 여부를 함부로 논할 수는 없다”며 “사법부의 수장이며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건의 판결에 간섭하거나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시변은 특히 “사법부의 독립은 헌법의 절대적 가치이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아야한다. 물론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부내의 간섭도 마찬가지"라며  "이번 대법원장의 발언은 당시 동석한 판사들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