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7일자 사설 '양극화 해결환다며 분열 부추기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의 양극화 캠페인에 깔려 있는 인식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작한 기획시리즈는 대한민국을 '승자 독식의 카지노 경제'로 규정하고, 국민을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로 나눴다. 그리고는 "강자의 탐욕은 끝이 없고, 잔인하다"며 양극화의 책임이 가진 자에게 있다고 선동했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15일 재외공관장회의에서 "이런 상태로 간다면 한반도는 세 개의 코리아, 다시 말해 빈부격차로 인한 두 개의 대한민국과 북한으로 나누어질지 모른다"고까지 말했다.

    양극화 해소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의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사회안전망 구성을 누가 반대하나. 그렇지만 방법이 문제다. 양극화가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을 조장해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잘나가는 20%'가 가진 것을 빼앗아 나머지 80%가 나누어 갖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극단적인 대결을 유도하는 것을 보면 경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거나, 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80%의 표를 얻어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양극화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정치 과잉, 이념 편향, 안일한 문제 인식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정부에 해결 능력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복잡다기해지는 경제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엔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정운찬 서울대 총장)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경제위기론을 조장해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 실장은 언론에 "서로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자"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할 일은 국민을 편 갈라 싸우게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