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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정말 해야할 일

입력 2006-02-10 09:33 | 수정 2006-02-10 09:35
조선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에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쓴 시론'삼성이 정말 해야 할 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삼성의 회장 일가가 사재 8000억원을 환원하고 사회공헌활동을 대폭 강화한다는 발표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및 경쟁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삼성 관련 논란의 핵심이었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배정 등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대규모 사재 출연을 발표한 것은 사회에 팽배한 반(反) 기업정서, 특히 반삼성정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반기업 정서의 핵심에는 지배구조, 특히 소유경영체제 및 경영권 승계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행해진 불법, 편법 증여 문제 및 정경유착의 불행한 과거로 인해 소유경영체제는 잘못된 것이며 소유경영자는 부도덕하다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소유경영체제는 선진국에도 많이 남아 있으며, 전문경영체제보다 경영성과가 뒤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삼성이 반도체, LCD 등 대규모 자본투자와 스피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관건인 산업에서 세계 1등으로 부상한 데에는 소유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 소유경영자는 장기적인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기업가 정신에 기반하여 대규모 투자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였다. 또한 경영의 거의 전권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자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계열사를 잘 이끌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에 앞서 있던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전문경영자들이 컨센서스에 기반을 둔 집단 의사결정에 의존하다 보니 대규모 투자결정을 주저하고 적절한 투자 시기를 놓치게 되어서 한국 기업들에 추월을 허용하였다. 

따라서 경영학적으로 볼 때 전문경영체제가 소유경영체제보다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다. 관건은 경영자의 출신성분이 아니라 경영능력이다. 승계 과정이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서 경영능력이 입증된 상태에서 승계가 이루어지며, 경영성과가 나쁜 소유경영자를 물러나게 하는 견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소유경영자와 전문경영자가 공존하면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여 장기적으로 존속하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데 존재 의미가 있다. 따라서 재벌의 지배구조 논란, 특히 소유경영체제 및 경영권 승계 논란의 핵심도 이념적, 정서적인 측면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과 성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문경영체제가 항상 옳다든지 주주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영미식 지배구조가 유일한 정답이라는 잘못된 가정은 이제 버려야 한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법으로 다스릴 문제이며, 무능한 경영자로 승계가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준엄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시장 메커니즘 기반의 견제 장치를 통해서 통제를 해야 한다. 

삼성은 이제 싫으나 좋으나 한국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 기업,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이러한 삼성이 과거의 잘못과 반삼성정서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력에 소홀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진정 삼성이 한국에 공헌하는 길은 사재출연이나 사회봉사활동이 아니라 적극적인 R&D, 설비 투자 및 브랜드 가치 향상 노력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먹여 살릴 신(新)성장동력 발굴에 앞장서고, 브랜드의 위상을 보다 높임으로써 한국의 타 기업들에도 후광효과를 보다 강하게 제공하면서,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는 것이 삼성이 진정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의 확실한 단절을 선언하고 이를 철저히 실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반삼성정서를 잠재우는 길일 것이다. 지배구조와 경영시스템, 경영관행등 모든 면에서 진정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삼성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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