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 이상 의원들은 모두 정권창출에 실패한 정치전과 1,2범들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이 선배 의원들을 항해 이처럼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지금 재선 이상 의원들은 신뢰할 수 없는 의원들이 많다. 어떻게 이들을 믿고 따라갈 수 있겠는가"라며 재선 이상 의원들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내뱉었다.

    이 초선 의원의 다소 과격한 비판을 69명의 초선 의원 다수의 견해라 간주할 수 없지만 상당수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고 말할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 의원 보좌진은 "초선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당에 대한 위기감은 생각 보다 크다"고 했다.

    69명 초선 의원들, "재선 이상은 정권창출 실패한 정치전과 1,2범들"
    '우리가 뭉쳐 당 중심 잡아보자' 10~11일 초선 첫 연찬회 열어

    이처럼 최근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당에 대한 불만표출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고 이들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의원 126명 중 초선은 모두 69명으로 55%에 달한다. 소속 의원의 과반수를 넘는 초선 의원들은 오는 10일과 11일 이틀 간 경기도 양평에서 연찬회를 갖는다. 초선 의원들만의 연찬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뭉치는 표면적인 이유는 5·31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줄서기를 사전에 차단해보자는 취지다. 유력 대권주자들의 손짓에 초·재선 의원들이 줄서기를 했던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자신들이 직접 대권주자를 결정해 줄을 서겠다는 것.

    현재 한나라당에는 '낙동모임' '무욕회' '중초회' '초지일관' 4개의 초선 의원 모임이 있다. 4개 모두 2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여러 모임에 중복가입한 의원들이 상당수다. 낙동모임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모임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고 17대 국회 시작하며 만들어진 낙동모임도 그동안 특별한 활동없이 몇몇 의원들간 친목형식의 모임만을 가졌을 뿐 정치적 활동을 하진 않았다. 이는 3개 모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이 최근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박근혜-이명박-손학규-강재섭-이회창 등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간 진행되는 세력경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 '뭉치면 영향력 행사 할수 있다'는 자신감

    발단은 지난달 12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 당시 초선 의원들은 이재오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표권이 의원들에게만 있기 때문에 69명의 표심이 당선을 좌우하기 충분했다.

    이들이 다시 뭉친 것은 자신들이 뭉치면 당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앞으로 다가온 5·31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은 바로 대선국면으로 전환되고 이때부터 대권주자들을 둘러싼 줄타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때 당의 중심을 자신들이 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초선의원들의 모임은 지방선거가 끝나고 시작될 대권후보들의 세경쟁에 휘둘려 줄서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의미가 매우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부터 대선 후보간 세대결이 진행되고 의원들간 줄서기가 시작되면 정권재창출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움직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생각에 대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7월 전대 출마자, 지역 노리는 전국구 의원 등 개인 정치적 이해득실로 뭉치기 힘들어'

    그러나 초선 의원들이 당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분위기다.

    일단 69명의 초선의원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위당직자는 "초선들 모임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무리"라며 "초선이 전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당내 여건도 안되고 무엇보다 그들 중에도 각자 정치적 이해득실을 생각하며 움직이는 사람이 다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초선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 진영 의원은 7월 전대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이번 연찬회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몇몇 비례대표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당내에선 "몇몇 초선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초선의원 모임을 통해 그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진영 의원이 초선 의원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 의원은 초선이지만 초선의 리더격으로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7월 전대출마를 준비하는 것 같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닦으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경필·원희룡·정병국에 대한 실망, 대안세력 만들어보자'

    또 당내 소장파의 리더격으로 분류되는 남경필·원희룡·정병국(남·원·정) 의원에 대한 대안세력의 필요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남·원·정이 당의 변화와 개혁을 주장했지만 당 뿐 아니라 여론에서조차 대안이 아닌 비토세력으로 비난받는 등 이들이 더 이상 당의 변화를 주도할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선 의원들은 남·원·정에게 당의 변화 주도는 물론 중진과 초선을 연결짓는 고리가 돼 주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당 중진들에게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으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해 큰 실망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초선 의원은 "남·원·정 그들이 제대로 이뤄놓은게 뭐가 있느냐. 그들도 정권창출에 실패한 정치전과 1범"이라며 불만을 여과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현재 남·원·정 세사람은 예전처럼 하나로 뭉쳐 정치노선을 함께 하고 있지도 않은 모습이다. 당 일각에선 "이미 세사람은 와해됐다"고도 한다.

    초선 의원들은 남·원·정의 대안세력으로 자리잡고 2007년 대선국면까지 특정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중심을 잡아보겠다는 '대명제'를 갖고 이번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 역시 지방선거와 대선 국면이 다가올 수록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기회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69명이 하나로 뭉쳐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미 당내에선 '이명박 대세론'이 나오고 있고 실제 당직자들 입에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으로 확 쏠리는 분위기"라는 발언을 적잖이 들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초선 의원들의 행보가 당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