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통령이 날치기한 사학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한나라당과 종교계 사학단체 등 보수진영의 거부권 행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 이 법안을 의결해 공포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23일 오후 종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종교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학교 현장에는 전교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사단체가 분립돼 상호 견제하고 있는데 이를 앞세워 (반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며 한나라당과 종교계 등 보수 진영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날 만찬 결과를 지켜본 한나라당은 더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시행령을 통한 보완' 카드를 꺼내며 이미 사학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보수세력의 '거부권 행사요구'와 '국회 재논의 요구'를 거절한 것은 사실상 제1야당과 보수 진영을 무시하는 행동이란 반응이다.

    특히 사학법 문제로 2주 가까이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요구에 생각해볼 여지도 없이 단호히 거부하고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의 주장에 대해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한 점은 한나라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기조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고 있는 양상.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반응에 한나라당은 예정된 지방 장외집회를 강행하겠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16일 서울 시청앞 광장, 19일 부산역 광장, 23일 인천 시청앞 집회에 이어 27일 대구, 28일 대전, 29일 서울에서 대규모 촛불장외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며 열린우리당의 임시국회 등원 요구도 계속 거부하는 한편 사학법 부당성을 알리는 신문광고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장외투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원희룡 최고위원을 '호남폭설지원 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해 호남으로 내려보내며 폭설피해를 원 최고위원에 전적으로 맡기고 국회의장실 점거 농성마저 해제하는 등 한나라당은 향후 진행될 장외집회에 당의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23일 청와대 만찬 결과를 지켜본 한나라당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미 "해결의 열쇠는 노 대통령에게 있다"며 파행 임시국회의 정상화를 위한 해결책을 노 대통령에게 건넨 한나라당은 이제 '해결방법은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이날 만찬으로 '이젠 제1야당으로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강 원내대표는 "오늘 자리는 노 대통령이 종교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강요하는 자리였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데 시행령이 모법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계진 대변인도 "상위법의 불편을 넘어서는 하위법령을 만들 수는 없다"며 "이렇게 되면 정국 해법이 멀어지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연일 장외집회의 연단에서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전여옥 의원은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들(노무현 정부)이 개혁이라고 말하는 4대법은 노 대통령 통치의 목적이며 그 목적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23일 만찬 결과는)예상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노 정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었다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며 "결국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그들만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올해 화합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말과 행동이 거꾸로 가고 있고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반개혁정부"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엄동설한에 칼바람을 맞으며 시작한 투쟁은 봄이 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재의조치까지 하지 않는다면 국회 정상화는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