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땅꺼짐, '땅속 균열' 핵심 원인이었다 … 전문가 부족이 사고 키워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일어난 대형 땅꺼짐(싱크홀) 사고는 땅속 심층풍화대 내부의 긴 균열이 핵심 원인으로 확인됐다.

설계 단계에서 이 지질 구조의 약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데다,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오래된 하수관 누수까지 겹치면서 땅이 약해져 사고가 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하철 터널 공사 시 복잡한 지질 구조를 파악할 지질 전문가를 현장에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일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심층풍화대 내 불연속면 등 지질 구조적 취약점이 결정적 원인이었으며, 여기에 지하수위 저하와 노후 하수관 누수가 겹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사고는 지난 3월 24일 오후 6시 28분께 서울 강동구 대명초교사거리 일대 도로에서 발생했다. 폭 22m, 길이 18m, 깊이 16m 규모의 대형 땅꺼짐이 생기며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숨지고 차량 운전자 1명이 다쳤다.

정부는 사고 직후 지반·구조·지하수·시공 분야의 민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를 구성해 현장조사, 지하수 분석, 3D 구조해석, 품질시험 등 26회의 조사와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조사위는 이번 사고의 결정적 원인으로 심층풍화대의 막대 모양의 균열(쐐기형 불연속면)을 지목했다.

심층풍화대는 원래 단단하던 암반이 수십만~수백만 년 동안 물·공기 등에 의해 지하 깊은 곳까지 부서진 지층을 말한다.

겉보기엔 바위처럼 단단해 보여도 내부는 균열·작은 틈·약한 면(불연속면)이 많아 작은 힘에도 쉽게 변형되거나 붕괴될 수 있는 지질 구조다.

특히 채기형 불연속면은 긴 막대처럼 이어진 균열로, 이 균열이 많으면 지반이 여러 층으로 길게 갈라진 상태가 되어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지반을 약하게 만드는 대표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사고 지점의 심층풍화대에는 이 막대형 균열이 여러 층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공사 중 지하수가 빠져 지반이 약해지고, 굴착으로 흙과 암반에 가해지는 압력도 달라졌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설계에서 예상한 하중보다 훨씬 큰 힘이 터널 상부에 집중되었고, 결국 그 힘을 견디지 못해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이 사고조사위의 분석이다.

사고조사위는 과거 세종–포천 고속도로 13공구 터널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위가 평소보다 낮아지면서 땅속 힘의 균형이 깨졌고, 이로 인해 암반이 약해지고 터널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 주변의 노후 하수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속적인 누수가 발생했고, 이 누수가 장기간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땅꺼짐을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 단계에서는 측면전개도 작성 의무 미준수, 보강재 설치 미이행 등 일부 품질 관리 부실도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반조사 기준 강화, 지하수 관리 개선, 지하시설물 안전 강화, 터널 시공 안정성 확보 등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반조사 설계기준(KDS)'을 개정해 도심지 터널공사 지반조사 간격을 촘촘히 하고, 심층풍화대 등 지질 취약 구간의 정밀조사 의무화할 예정이다.

지하수위가 내려갈 우려가 있는 공사 구간에는 즉각적인 대응 의무를 부여하고, TBM(터널보링머신) 등 밀폐형 굴착 공법의 활용을 확대해 지하수 변화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노후 하수관에 대한 정밀조사와 교체 작업을 확대하고, 지하수의 성분·수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지하수 관리 협의체도 운영한다.

심층풍화대 구간에는 3열 이상 보강공법을 적용하는 등 중점 보강을 의무화하고, 굴진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디지털 매핑과 온라인 암반판정 시스템을 도입해 시공 품질을 높이기로 했다.

박인준 사고조사위원장은 "여러 불연속면이 형성된 심층풍화대 특성을 무시한 채 시공이 진행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관계기관의 제도 개선과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조사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각종 기준과 매뉴얼을 개정해 유사 사고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