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규제 혼선, 실수요자 피해만 키운 정부의 정책 실험정책 신뢰 무너뜨린 ‘이틀짜리 해명’ … 국민 실험대상 전락국토부·금융위 따로 가는 부동산 행정, 시장 혼란만 부추겨정책의 중심엔 통계와 보여주기식 ‘성과’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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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 땐 40%, 상가 살 땐 70%."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뒤집혔다. 오피스텔과 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40%로 강화한다던 방침이 '사실이 아니다'로 정정됐다. 국토부와 금융위가 각각 FAQ를 내놓는 사이, 시장은 이미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부처 간 정책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자, '부동산 정책에 국민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의 재확인이었다.이번 해프닝의 본질은 '규제'가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의 일관성과 신뢰다. 부동산 대책은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심리를 움직이는 신호체계다. 그런데 그 신호가 오락가락하니 시장은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이틀 만에 바뀌는 규제가 무슨 신호냐"는 냉소가 커지는 이유다.특히 금융당국은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책 발표 당시 LTV를 40%로 강화한다고 했다가 불과 48시간 만에 "비주택 대출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기 때문. 금융위는 감독규정상 변경 절차를 들며 법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하지만, 더 큰 문제를 드러낸다. 정작 정책을 내놓은 주체조차 제도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분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부부합산 소득 9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8억원 이하 무주택 세대에게만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조건은 수도권 현실과 괴리돼 있다. 서울에서 8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보여주기식 완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게다가 전세대출 회수 규제는 실수요자 부담을 키운다.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취득하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된다. 반면,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자에게는 이런 제약이 없다.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그들을 더 옥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다. 대출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는 하루 만에 계산이 달라지며 대출 절벽에 내몰렸다. 반면, 상가를 보유한 투자자는 한시름 놓으며 강건너 불보듯하는 분위기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내세운 정부의 칼날이 또다시 실수요자에게만 향하는 불균형이 반복된 셈이다.더 심각한 건 정부의 대응 태도다. '혼선'을 인정하기보다 'FAQ' 한 장으로 덮으려 한다. 마치 국민의 혼란이 사소한 오해쯤 되는 듯한 태도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아니다. 부처 간 정책 설계 단계에서의 근본적 불통, 정책의 주체 인식 부재가 만든 총체적 실패다.부동산 정책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신뢰의 문제다. LTV 40이냐 70이냐의 논쟁보다 중요한 건 그 기준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는 방향보다 속도를 설득보다 발표를 중시한다. 정책은 하루 만에 바꿀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는 몇 년이 걸려도 회복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