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탈리아 밀라노 자택에서 별세
  • ▲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마스트미디어
    ▲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마스트미디어
    '피아노의 황제' 이탈리아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밀라노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세.

    이날 코리에레 델레 세라 등 현지 언론 매체에 따르면 아내 말리사와 음악가인 아들 다니엘레가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고 전했다.

    고인이 활동했던 이탈리아 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극장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며 50년 넘게 극장의 예술적 토대가 된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폴리니는 유명 건축가인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1942년 1월 5일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5세에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195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196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년)이 "저 소년이 기교적으로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후 1년 이상 연주회를 절제하고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문하에서 공부에 전념했다.

    '쇼팽의 교과서', '쇼팽의 대명사'로 불리는 폴리니는 쇼팽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여왔으며, 악보에 충실한 연주자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악보의 X선 사진과 같은 연주"라고 평가할 정도로 악보의 모든 음을 정확하게 쳤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으며, 슈만·슈베르트부터 쇤베르크·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2020년 3월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다.

    '예술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일본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영국 로열필하모닉협회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을 받았다. 친구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도 많은 콘서트와 음반을 남겼다.

    고인은 한국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2022년 5월, 지난해 4월에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었지만 건강 문제로 취소됐다. 폴리니는 당시 "건강상 문제로 여행을 할 수 없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한국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한국 관객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폴리니의 장례식은 고인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