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벨트' 탈환 명분으로 지역구 조정 시작공천 후반부 접어들수록 명분 없는 재배치 늘어"우는 아이 눈물·콧물 빼는 겨자맛 사탕 준 격"
  • ▲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으로 평가 받았지만 지역구 공천 심사 종료를 목전에 두고 잡음이 새 나오고 있다. 공천 신청자 일부를 기존 지역구가 아닌 새 지역구에 투입하는 이른바 '지역구 재배치' 전략을 구사하면서다.

    6일 국민의힘 공천 상황을 종합하면,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특정 지역에 공천 신청자가 몰리거나 공천 신청자가 다른 지역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물밑 접촉을 통해 지역구를 조정했다.

    시작은 '낙동강 벨트' 탈환을 위한 전략적 재배치였다. 이에 따라 5선 서병수 의원은 부산 진갑에서 북갑으로, 3선 김태호 의원은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양산을로, 3선 조해진 의원은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김해을로 지역구를 변경했다.

    이후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던 이용호 의원은 당의 요청에 따라 서울 서대문갑으로 이동해 공천을 받았고, 최승재 의원은 광명갑으로 지역구를 이동했지만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국민의힘 '양지'에 몰린다는 비판이 나오자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박진 의원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각각 서울 서대문을, 용인갑에 재배치됐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장관도 당의 험지 출마 요청에 따라 서울 영등포을을 포기하고 대신 서울 강서을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서울 서초을에서 컷오프 된 박성중 의원은 부천을에 배치됐다. 역시 서울 강남병에서 컷오프 된 유경준 의원은 공관위에서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유 의원은 당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재배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지역구가 변경되자 선거를 뛰는 후보자도, 지역주민들도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낙동강 벨트는 비교적 기존 지역구와 인접하거나 명분이 있는 재배치였지만, 다른 후보의 경우 기반도, 연고도 없는 '험지'로 배치되면서 조직부터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역과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인물이 등장하면서 지역 민심도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당이 현역 물갈이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고자 지역구 재배치 카드를 계속 꺼내 들자 일각에서는 전략적인 묘수처럼 보이던 지역 재배치가 빈집 채우기용 '땜빵'으로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관위가 우는 아이에게 사탕 쥐어주듯 다른 지역구를 내밀면서 달래는 것 같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달고 맛 좋은 사탕도 아니다"라며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 같지만 눈물·콧물 쏙 빼는 겨자맛 사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완전 맨땅에 헤딩"이라며 "경선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마땅한 후보자가 없는 험지 중의 험지에 몰아 넣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를 변경해 원내 입성을 노렸던 인사들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혜훈 전 의원은 서울 서초갑에서 서울 동대문을로 옮겨 출마했다 낙선했고, 김재원 전 의원은 상주-군위-의성-청송에서 서울 중랑을로 옮겨 출마했다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