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원장 장제원 불출마, 간사 박성중 재배치野 11명 중 7명 공천 확정… 전문성 불균형 우려공영방송 정상화, 포털 개혁 등 현안 수두룩
  • ▲ 장제원 국회 과방위원장이 2023년 9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장제원 국회 과방위원장이 2023년 9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여야의 4·10국회의원총선거를 위한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공방에서 '전문가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21대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불출마, 지역구 재배치, 컷오프(공천 배제)로 고배를 마신 데 반해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장을 거머쥐어 여야의 과방위 전문가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대표적 대여(對與) 스피커들이 이를 이용해 여의도 입성을 꾀하는 만큼 윤석열정부의 방송·포털 개혁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 과방위원, 與는 공천 탈락·野는 여의도 재입성

    6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 과방위는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총선 공천 국면을 겪으면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먼저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재선을 지낸 서울 서초을 대신 지역구 재배치로 부천을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장 의원은 지난해 5월 과방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여당의 입법폭주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고, 박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에 목소리를 냈다. 특히 박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는 대표적인 국민의힘 텃밭이어서 지역구를 옮긴 박 의원의 3선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상임위원장을 통상 3선 이상 중진이 맡는 만큼 과방위 사정에 밝은 박 의원의 당선 여부가 방송·통신업계에서는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 밖에도 홍석준 의원은 컷오프, 김영식 의원은 경선, 김병욱 의원은 경선 탈락, 윤두현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6명의 여의도 재입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김영식 의원의 재선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반면 민주당은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을 비롯해 고민정·민형배·박찬대·이인영·이정문·장경태 의원이 공천장을 받았고, 윤영찬 의원은 경선, 변재일 의원은 컷오프, 허숙정·정필모 의원은 비례대표로 11명 중 4명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불균형으로 방송3법 등 강행

    20명의 과방위원 중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입법폭주를 강행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시민단체·학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골자다. 여권은 민주당이 특정 이념의 단체 인사들을 넣기 위한 판을 깔아주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022년 12월 과방위에서 여야 간 이견이 심한 안건의 경우 최장 90일간 조율하는 국회법상 제도인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며 방송3법을 강행했다. 안건조정위가 원내 제1당에서 3명, 나머지 정당에서 3명을 위원으로 선임하는데, 민주당 3명에 국민의힘 2명,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박완주 의원을 나머지로 채워 국민의힘이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무력화됐다. 결국 방송3법은 지난해 11월 본회의를 통과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표결 끝에 가까스로 부결됐다.

    여권에서는 총선 승리 후 22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대상 공적 책임 심사 평가, 경영 합리화 및 구조 개혁 강화 등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여야 구도 정상화, 가짜뉴스 근절, 포털의 폐해 개혁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총선 공천에서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배를 마시고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여의도 재입성이 전망되면서 여야 간 전문성 불균형 문제로 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과방위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고위 인사는 "여권의 힘의 균형이 깨지게 생겨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신동욱·박정훈 전 앵커 등 언론인 출신들에게 단수 공천을 주며 힘을 실어줬지만, 21대 국회에서도 조수진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배현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언론인 출신 대부분이 다른 상임위에 몸담았다.

    ◆민주당은 對與 투쟁 강화, 국민의힘은 전문 인력 부재

    평가지표도 문제로 대두했다. 국민의힘은 현역 평가 방법에 당 기여도 20%를 적용했는데, 여야 간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했던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 출석률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여권 인사는 "김건희 여사 녹취록 등 문제로 과방위에서 싸우면서 의원들이 불출석하다 보니 상임위 출석률이 낮다는 통계가 잡힐 수밖에 없다"며 "투쟁과 입법폭주 저지 등의 반영은 거의 되지 않는 것 같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중요하게 보고 과방위 의원들에 대해 평가를 후하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대여 투쟁력을 강화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에 내정했던 최민희 전 의원은 남양주갑 경선에 뛰어들었고, 이재명 대표가 힘을 합치기로 한 조국혁신당은 MBC 라디오 진행자 출신인 신장식 변호사를 인재 1호로 영입했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 순풍이 불고 있지만, 총선에서 민주당과 비슷한 의석을 차지할 경우 공격수와 전문 인력 부재로 과방위 공방에서 민주당에 밀리거나 끌려 다닐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에서 부상하고 있다.

    컷오프가 확정된 과방위 소속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송통신의 중요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 당과 민주당이 다르다"며 "이 분야가 전문성도 있어야 하지만 투쟁력도 있어야 한다. 방송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이해해야 하고, 방송 뿐 아니라 과학기술 분야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은) 민주당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포인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