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5월 26일까지 개최, 초기작·신작·조각·드로잉 등 230여점 작품 전시
  • ▲ '서울 시티'(2023), 캔버스에 아크릴, 200.6x495.3㎝.ⓒ롯데뮤지엄
    ▲ '서울 시티'(2023), 캔버스에 아크릴, 200.6x495.3㎝.ⓒ롯데뮤지엄
    분주한 도시 어둠이 내리고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강 양쪽으로 위치한 대로변·다리들,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반짝이는 불빛의 빌딩숲이 발 아래 펼쳐진다. 윤협 작가(42)가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의 밤 풍경이다. 점과 선들로 이뤄진 도심은 화려하지만 난잡하지 않고, 변화무쌍하지만 어지럽지 않다.

    서울은 윤협이 태어나고 어린시절과 청춘을 보낸 고향이다. 2010년 한국을 떠나 뉴욕 브루클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그는 2022년 전시를 위해 서울에 왔을 때 처음으로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를 찾았다. 작가는 밝게 빛나는 한강 위의 다리들, 멀리 보이는 남산서울타워, 하늘과 맞닿는 건물들을 보며 여러가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날의 기억을 '서울 시티' 작품에 담았다.

    롯데뮤지엄은 올해 첫 기획 전시로 윤협 작가의 개인전 '녹턴시티(Nocturne City)'를 오는 5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총 230여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녹턴시티'의 '녹턴'은 '밤'이라는 시간에 영감 받은 예술을 의미한다. 전시작들은 대부분 도시와 밤을 묘사했다.

    "제게 도시는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유기체다. 야경을 그릴 때 그 도시의 직접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된다. 밤은 낮에는 보이지 않던 여러 개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제 주관적인 색깔과 내면에 있는 모티브를 표현하기 가장 좋은 매력적인 시간대이다."
  • ▲ 윤협 작가.ⓒ롯데뮤지엄
    ▲ 윤협 작가.ⓒ롯데뮤지엄
    윤협은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대학 졸업 후 서브컬처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패션브랜드 랙앤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뉴욕 예술계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유니버설 뮤직그룹, 바비 브라운, 유니클로, 베어브릭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했다.

    윤 작가는 구상한 이미지를 밑그림 없이 점과 선으로 채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2004년 라이브 페인팅을 하며 그 공간·순간의 감각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점과 선을 통해 표현해 왔고, 조색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그는 작품 주제에 따라 색상을 결정하는 조색 과정을 어린 시절 받은 악기 수업에 비유하며 "바이올린 현의 미세한 음에 집중하듯 조율하는 기분으로 주의를 기울여 색상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다가 작업이 진행될수록 즉흥적인 표현에 따른 변수가 생기면 직관적으로 색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맨해튼에서 뉴저지까지 연결되는 밤의 스카이라인을 담은 신작 '뉴욕의 밤'이 처음 공개된다. 열 폭의 캔버스로 구성된 가로 길이 16m의 대작으로, 1400개의 점과 2200개의 선으로 완성했다. 작가는 자전거로 브루클린에서 베어마운틴까지 왕복 200km를 달렸고, 허드슨강 수면 위 반사되는 도시 불빛을 보고 모네의 '수련' 연작을 떠올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 ▲ 윤협, 뉴욕의 밤,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00.6x1651㎝.ⓒ롯데뮤지엄
    ▲ 윤협, 뉴욕의 밤,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00.6x1651㎝.ⓒ롯데뮤지엄
    윤협은 스케이드보드와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음악의 리듬감과 율동감이 느껴진다. 9세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처음 타면서 그래피티, 힙합·펑크·재즈 등 음악과 도시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때로는 작업에 몰입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쇼팽 '녹턴', 비전니어스 'The World Is Yours(Extended)', 카빈스키 '나이트콜(Nightcall), 류이치 사카모토 'KOKO'와 '에너지 플로우(Energy Flow)',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Loran's Dance'…전시장 곳곳에는 그가 직접 선곡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윤 작가는 "어린시절 어머니의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8년 정도 배웠는데, 정해진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더 즐겼다. 음악을 들으면 항상 시작과 끝이 있듯이, 그림을 그리면서 선과 점을 끊어 사용하면 연주할 때 들었던 감정이 이입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