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현직 경찰관, 민원인 번호 알아내 사적 연락피해자 "자식뻘인데 만나자고 해" 불쾌감 토로전문가들 "감봉 처분 수위 적절… 단 피해자 심정 고려해야"
  • ▲ 경찰서. ⓒ정상윤 기자
    ▲ 경찰서. ⓒ정상윤 기자
    민원인에게 "밥을 사주겠다"며 사적으로 연락해 만남을 시도한 50대 현직 경찰관이 경징계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소사경찰서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고 모 지구대 소속 50대 A경위에게 경징계인 감봉 처분을 내렸다. 

    A경위는 지난해 10월 지구대를 찾은 20대 여성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는 한국에 놀러온 일본인 친구의 분실물을 찾기 위해 지구대를 방문해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겼다.

    A경위는 B씨에게 "우리 고향 초등학교 후배님 무척 반갑고 신기했다. 친구분 괜찮으면 출국 전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구대에 전화해 강력히 항의했다. B씨는 "자식뻘 되는 아이한테 만나자고 하는 경찰은 경찰 일을 하면 안 된다"며 "나이 있는 경찰이 어린애 만나서 뭘 하려고 했을지 생각도 하기 싫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B씨는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 조사에서 A경위는 "B씨와 이야기하다 고향 후배인 것을 알게 됐고, 아버지 나이가 나와 비슷해 점심을 사주려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횟수·반복성 따라 '징계 수위' 달라져… 전문가 "개인정보 사적 사용, 비난받아 마땅"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경찰 등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으로 나뉘는데 A경위에게 내려진 감봉 처분은 당장의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징계에 속한다.

    이에 처벌 수위를 놓고 누리꾼들은 "감봉이 뭐냐, 파면시켜라" "징계가 너무 가볍다" "솜방망이 처벌" 등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적절한 수위의 징계였다는 의견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징계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경찰관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사적 이용을 하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업무와 관련된 정보는 절대 개인적으로 유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50대 경찰관이면 가족도 있을 텐데 특정 여성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당연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서 "어느 정도 불순한 의도로 판단 가능해 감봉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교수는 징계 수위와 관련 "감봉 처분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여러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실제 만남이 있었는지, 같은 행동이 여러 번 반복됐는지 등의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좀 더 범죄 혐의가 깊었다면 강한 처벌이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도 "취득한 개인정보를 외부로 넘기거나 유포한 것이 아니기에 감봉도 가벼운 처벌은 아닌 것 같다"며 "A경위의 의도 자체가 부적절한 것은 아니라 적절한 처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느꼈을 불쾌감과 비난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헤아리는 것이 맞다"며 "여자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연락이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