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단편 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일한 장편 소설미국 등에서 여러 차례 영화화된 멜로-심리 미스터리
  • 미스터리 전문 출판사 '키멜리움'이 오는 5일, 안톤 체호프(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1860~1904)가 쓴 '사냥이 끝나고'의 러시아어 완역판을 출간한다.

    '사냥이 끝나고'는 세계 3대 단편 작가이자, 러시아의 대문호로 잘 알려진 체호프가 쓴 유일한 장편 범죄 소설. 그러나 그는 이 소설을 펴낸 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작품집에 넣지도 않았다.

    '사냥이 끝나고'는 1884년 8월부터 1885년 5월까지 신문 '노보스티 드냐'에 실렸던 연재소설이다. 1884년 당시 모스크바 의대에 재학 중이던 안톤 체호프는 잡지와 신문에 글을 실어 가족을 부양했다.

    이 소설은 스물네 살의 체호프가 생계 문제의 고뇌 속에서 당시 인기를 끌던 추리소설, 탐정 소설이라는 장르를 신문 연재소설의 형태로 쓴 것이었다.

    그에게 이 소설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썼던, 잊고 싶은 과거였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저급한 통속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는 체호프만의 독특한 색채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이 예심 판사로 있던 S현으로 소개되는 러시아 시골 마을의 천둥 번개 치는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풍경이 그것이다. 서구의 고전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는 당시 러시아의 복잡한 계급 구조와 놀라운 성적 개방성이 그것이다. 또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는 문구로 표현되는 멜로-심리 미스터리가 그것이다.

    복잡미묘한 인간관계의 갈등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풍부한 감성으로 펼쳐 놓은 이 소설은 여러 차례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1918년 체슬라프 사빈스키 감독의 영화, 1970년 보리스 니렌부르크 감독의 2부작, 그리고 1978년에는 '나의 다정하고 살가운 야수'라는 제목으로 에밀 로티아누 감독의 작품이 돼 스크린에 나왔다. 미국에서는 1944년 더글라스 서크 감독의 작품 '서머 스톰'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1926년에 영국에서 번역 출간됐다는 사실이다. 이런 플롯은 이전에 없던 생소한 것이었기에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대표작 중 하나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 저자 소개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 우크라이나 아조우해의 항구 도시 타간로그에서 태어나 엄격하고 종교적인 가풍 속에 성장했다.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아름다운 엘렌'을 관람하고 문학과 연극에 빠져들었다. 1876년 아버지의 파산으로 가족이 모스크바로 이주한 가운데 홀로 타간로그에 남아 1879년 타간로그 김나지움을 졸업했다. 같은 해 모스크바 의대에 진학했으며, 이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풍자와 유머가 담긴 이야기들을 잡지에 기고하며 '안토샤 체혼테'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환자 없는 의사', '삼촌', '내 형제의 형제' 등 수십 개의 필명을 사용한 바 있다.

    1887년 작품집 '황혼'이 푸쉬킨 상을 받으며 러시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1888년 중편소설 '대초원'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열었다. 1890년 죄수 수용소가 있는 사할린섬을 방문해 거의 1년간 체류한 경험이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장 잘 알려진 단편들인 '6호실(1892)', '대학생(1894)', '다락이 있는 집(1896)', '나의 삶(1896)', 희곡 '갈매기(1896)', '바냐 삼촌(1896)' 등이 그 후에 나온 작품들이다. 1898년 폐결핵 진단을 받고 건강이 나빠지자 1899년 크림반도의 얄타로 이주했다. 이 시기에 쓴 작품 중 대표적인 단편들로는 '귀여운 여인(1899)',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1899)' 등이 있고 희곡은 '세 자매(1900)', '벚꽃 동산(1903)'이 있다. 1904년 지병인 폐결핵으로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숨을 거두었다.

    ◆ 옮긴이 소개

    최호정 =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노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 빙엄턴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반투 스티브 비코', '도스또예프스키와 함께 한 나날들', '무엇을 할 것인가', '킬러스 와이프', '리슐리외 호텔 살인', '크림슨 레이크 로드', '샤론 저택의 비밀', '거울 자매', '린든 샌즈 미스터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