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공연 장면.ⓒ국립발레단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공연 장면.ⓒ국립발레단
    징글벨이 울리고 루돌프 사슴코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연극 '엘리펀트 송',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렌트'…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연극, 뮤지컬 등을 보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곳으로 향할지 고민을 하는 관객을 위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더해줄 공연을 소개한다.

    ◇ 국립발레단 vs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

    국립발레단은 12월 9~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21~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인다.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된 '호두까기인형'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가 탄생시킨 작품이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이 1816년에 쓴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 원작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어린 소녀가 삼촌 드로셀마이어에게 장난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은 뒤 꿈속에서 벌어지는 모험과 낭만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은 마리와 클라라로 달리 불린다.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고로비치(96) 안무의 1966년 볼쇼이발레단이 초연한 버전을 따르며, 2000년 처음 선보인 후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해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의 버전을 1986년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은 어린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을 직접 연기하며, 역동적이고 화려한 춤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호두까기인형이 목각인형으로 등장하는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은 우아하고 드라마틱하며 아기자기한 매력이 강점이다.
  •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장면.ⓒ나인스토리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장면.ⓒ나인스토리
    ◇ "역시 겨울엔 엘송"…연극 '엘리펀트 송'

    연극 '엘리펀트 송'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어느 병원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심리극이다.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로렌스 행방의 단서를 찾으려는 그린버그와 알 수 없는 코끼리 얘기만 늘어놓는 마이클, 마이클이 유독 경계하는 수간호사 피터슨 등 세 인물의 대화가 치밀하게 엇갈리며 감동과 반전을 선사한다. 고독과 외로움, 사랑에 대한 갈망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캐나다 작가 니콜라스 빌런의 데뷔작으로, 2004년 캐나다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2014년 자비에 돌란 주연의 동명 영화로 개봉해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는 2015년 초연해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연기로 매 시즌마다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환자 '마이클 역으로 전성우·김현진·정휘·김리현·곽동연, 병원장 '그린버그' 역에 이석준·고영빈·정상윤·박정복, 수간호사 '피터슨' 역은 고수희·이혜미·이현진이 번갈아 출연 중이다. 내년 2월 25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 ▲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 장면.ⓒ오디컴퍼니
    ▲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공연 장면.ⓒ오디컴퍼니
    ◇ 어른을 위한 한 편의 동화,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크리스마스이브엔 하얀 눈밭에 누워 천사들과 이별을 나눴죠. 하지만 난 믿어요. 계절은 변해간대도 내가 부를 때면 살아나겠죠. 겨울 햇빛처럼 나를 감싸는 마법처럼 어린 시절 바로 그때처럼 우릴 닮은 천사."(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넘버 '눈 속의 천사들' 中)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가 4년 만에 7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죽음을 맞이한 친구 앨빈의 송덕문(頌德文, 고인의 공덕을 기리어 지은 글)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았다.

    두 명의 배우는 100분 동안 등·퇴장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아노·첼로·클라리넷 3인조로 구성된 밴드가 연주하는 서정적인 멜로디는 주옥 같은 가사와 어우러져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번 시즌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엔딩 장면인 마지막 곡 '눈 속의 천사들' 무대 위 눈이 내리는 장면을 오는 22~25일 1층 객석에도 직접 느낄 수 있다. '토마스 위버' 역에 최재웅·이창용·조성윤, '앨빈 켈비' 역에는 김종구·정욱진·신재범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2월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이어진다.
  • ▲ 뮤지컬 '렌트' 공연 장면.ⓒ신시컴퍼니
    ▲ 뮤지컬 '렌트' 공연 장면.ⓒ신시컴퍼니
    ◇ "모든 것은 사랑"…가난한 예술가를 위한 찬가, 뮤지컬 '렌트'

    크리스마스를 앞둔 빈민가의 아파트, 가난한 작곡가 로저와 영화감독 지망생 마크가 사는 집에는 월세가 밀려 전기마저 끊긴다. 로저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마약 중독자인 미미에게 끌려 동거를 시작하지만 결국 헤어지고, 그러던 중 이들의 친구인 거리의 드러머이자 여장 남성 앤젤이 에이즈(AIDS)로 죽는다.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크리스마스 겨울밤으로 시작하는 극은 1년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에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하라고 노래하며 끝난다.

    36살의 나이에 숨을 거둔 천재 극작·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슨은 1996년 1월 '렌트'가 초연되기 하루 전날 급성대동맥 혈전으로 사망했다.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돼온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며, 록·R&B·탱고·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혼합해 오페레타 형식으로 완성했다.

    국내 9번째 시즌에서는 장지후·백형훈(로저 役), 정원영·배두훈(마크 役), 김환희·이지연(미미 役), 김호영·조권(엔젤 役) 등이 출연한다. 오는 23~25일 총 5회에 걸쳐 '크리스마스 싱어롱 데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연은 2024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