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통해 사건 덮겠다" 브로커 13억 챙겨… 백현동 정바울 얼마 뒤 구속

백현동 개발사업의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업자가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해 사건을 덮어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지난 11월 구속 기소한 KH 부동산중개법인 운영자 이모 씨의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5월 초순 정 회장이 백현동사업 관련 법인 자금 횡령·배임 혐의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하자 "일개 부장검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10억원이 있으면 위에 이야기해서 백현동 개발비리 관련 수사를 덮어버릴 수 있으니 우선 현금으로 2억원을 만들어 달라"며 같은 달 4일 2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수사를 덮겠다는 이씨의 호언장담에도 검찰은 지난 6월5일 정 회장을 대상으로 법인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이씨는 "구속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100분의 1 확률인데 그것을 뚫어냈다"며 "그 사람이 엊그저께도 영장전담판사와 함께 골프를 쳤다. 그 사람을 통해 구속영장 발부를 막을 수 있다"고 재차 돈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6월7일 이씨에게 다시 한번 현금 3억원을 건넸지만 이틀 후 구속됐다.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씨가 경찰 단계에서도 정 회장에게 수사 무마를 약속하며 돈을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씨는 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자신의 사위인 A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계좌까지 활용했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3억3616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가 수사 무마를 위해 정 회장에게 고검장 출신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와 총경 출신인 곽정기(33기) 변호사를 소개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곽 변호사와 임 변호사는 모두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합법적인 변론활동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지난 13일 곽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백현동사업 민간업자를 변호했을 당시 수임료 책정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바울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던 당시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받았던 7억여 원에 정상적인 수임료 외에 수사 무마 대가 금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곽 변호사는 소속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팀을 꾸려 정당하게 정 회장을 변론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곽 변호사는 경찰 재직 시절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서울 광진경찰서장,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지내다 2019년 경찰을 떠나 대형 로펌으로 이동했다. 경찰 재직 당시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