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속한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득세대정부투쟁 기조, 임기 3년간 계속될 전망민노총 내 NL 계열 패권도 더욱 공고해져
  •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종현 기자
    ▲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종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차기 위원장에 양경수 현 위원장이 28일 재선됐다. 양 위원장은 내란 선동 등으로 복역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속한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민노총에 따르면, 양 위원장은 지난 21~27일 진행된 임원선거에서 36만3246표(득표율 56.61%)를 받고 당선됐다.

    투표권이 있는 민노총 조합원 100만2989명 중 64만1651명이 투표한 이번 선거에서 양 위원장은 2위인 박희은 후보(20만1218표·31.36%)를 16만2028표 차이로 제쳤다. 민노총이 직선제를 도입한 2014년 이후 연임은 양 위원장이 처음이다.

    이번 선거는 NL(민족해방) 계열인 양 위원장과 PD(민중민주) 계열인 박 후보 간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양 위원장은 민노총 내 최대 계파인 전국회의(NL) 출신으로 강성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양 위원장은 후보 시절 '윤석열퇴진운동본부' 건설 성과를 범국민 퇴진항쟁으로 발전시킬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 위원장은 당선 직후 "윤석열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자의 새로운 희망을 세우자"며 대정부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윤 정부 취임 직후부터 벌였던 대정부투쟁 기조는 양 위원장의 임기 3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민노총 내 NL 계열의 패권주의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보연합 정당 구축 등 정치활동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노총이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보다는 여전히 정치투쟁에 매몰돼 있다는 노동계 내부의 비판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 위원장은 이석기 전 의원이 졸업한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학 시절 각종 반미 집회에 참가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간부를 지내며 수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과 민노총 경기지역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양 위원장은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2020년 12월 '비정규직 출신으로 최초'라는 구호를 내걸고 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편, 양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태환·고미경 후보는 각각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고개 드는 통진당 세력… 노동계에서 제도권으로 확산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북한과 전쟁 시 남한 내 통신·유류·철도·가스 등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하자'고 한 지하조직을 이끈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 전 의원 등의 친북활동이 드러나자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진당 강제 해산 결정을 내렸다.

    노동계에서는 통진당 해산 이후 잔존세력이 민노총으로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제도권 정당활동이 막히자 노동계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은 노조가 조직화하지 않았던 택배·마트·건설 등 비정규직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이에 민노총 조합원 수는 2017년 64만9000명에서 2021년 121만300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민노총을 장악한 경기동부연합 세력은 다시 제도정치권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전주을 국회의원재선거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당선된 것이 대표적이다. 민노총은 당시 택배노조 출신인 강 의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