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홍콩 현지 분위기 보도한 어민이 "오염수 퍼질 텐데"라고 우려했다고 전해현지 교민 "실제 발언과 자막 불일치… 명백한 오보"공언련 "어민·상인 발언 중 '오염수'나 '일본'은 없어"MBC "어민 발언을 통역사가 순화의역해 통역한 것"
  • ▲ 지난 6월 26일
    ▲ 지난 6월 26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본과 가까운 홍콩 역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홍콩 현지 분위기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단정보도해 최악의 '자막오보'를 냈다는 비판을 받은 MBC가 또다시 사실과 다른 자막으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공포'를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상임운영위원장 최철호)는 "협력 단체인 공정미디어연대(이하 '공미연')가 두 달간 뉴스데스크 보도를 팩트체크한 결과, MBC가 통역 자막을 조작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보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지난해 9월 대통령 뉴욕 방문 발언 조작에 이은 두 번째 조작으로 공영방송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언련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6월 26일 <"일본산 원산지 떼버렸다" 오염수에 강경한 홍콩>이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홍콩 현지 어민과 수산시장 상인의 말을 왜곡하거나, 영상에 없는 발언을 자막으로 담아 보도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일본과 가까운 홍콩 역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홍콩 구룡반도 어촌마을(사이쿵)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현지에 나간 A기자는 "사이쿵은 홍콩의 대표적인 어촌마을 중 한 곳으로 어부들은 이렇게 직접 잡아올린 생선을 배에서 팔고 있다"며 "할아버지부터 아들까지 4대째 여기서 배를 타고 있는 라이 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얘기를 꺼내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어민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오염수가 여기저기 다 퍼질 텐데, 그리고 하루 이틀 만에 퍼지는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거라서‥"라는 자막이 화면 하단에 올라왔다.

    더퍼블릭 "실제 발언은 '소금에 절여 4일간 담가놓은 것'"


    그런데 보도 이틀 뒤, 홍콩 현지 어민의 발언을 소개한 뉴스데스크의 '통역 자막'이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인터넷신문 '더퍼블릭'은 지난 6월 28일 <[단독] MBC,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콩어민 반응 기사에 자막 조작의혹>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MBC가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홍콩의 반응을 보도하면서 일부 자막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소금에 4일간 절였다'는 현지인의 말이 '오염수가 여기저기 다 퍼질 텐데, 그리고 하루 이틀 만에 퍼지는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거라서‥'라는 자막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더퍼블릭은 "홍콩 현지 교민에 따르면 통역사로 보이는 흰색 옷을 입은 여자가 '물고기를 잡은 지 얼마나 되었냐?(你捉咗魚幾耐呀?)'라고 묻자, 라이라는 이름의 어민이 '소금에 절여 4일 동안 담가놓은 것(成揸放鹽煮, 醃咗四日)'이라고 대답했다"며 "MBC가 사실과 다른 자막을 달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해당 어민이 "오염수가 여기저기 다 퍼질 텐데"라는 취지의 말을 했으나 편집 과정에서 다른 발언이 담긴 영상이 자료 화면으로 쓰였을 가능성은 있지만, 뉴스 화면만 놓고 보면 명백한 '오보'이자 '가짜뉴스'에 해당된다는 게 더퍼블릭의 주장이다.

    또한 더퍼블릭은 이날 뉴스데스크가 알롱이라는 이름의 상인과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내면서 "일본 수산물은 납품을 안 받을 예정입니다"라는 자막을 달았으나 이 역시 '왜곡된 자막'이라고 주장했다.

    더퍼블릭은 "이 상인은 '그 상품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盡量選擇不賺入邢些貨)'고 말한 것"이라며 "발언 중 '일본'이나 '수산물'이라는 단어는 없었다"는 현지 교민의 주장을 소개했다.

    더퍼블릭은 "이 외에도 뉴스데스크는 '홍콩인의 약 80%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현지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시민들도 걱정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홍콩 분위기를 전달했으나, 해당 설문조사를 실시한 '홍콩 공화연합회'는 일명 '공련회'로 불리는 친공산당 단체"라며 특수 목적을 띤 단체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갖고 마치 홍콩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MBC "사인→4일, 마쳤다→소금으로 잘못 들은 것"

    공언련은 "더퍼블릭의 기사를 접한 국민의힘이 즉각 MBC 측에 해명을 요구하자, MBC는 중국어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보내며 자막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밝혔다.

    공언련에 따르면 당시 MBC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라이 씨가 '成日呢 放完之後 你想死人呀?係咪呀? 你啲’水‘收埋邊到 收返埋 或者儲嗰達到 日本儲嗰達到 儲唔返'라고 답했는데, 이를 직역하면 '온종일 오염수를 방류해서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냐. 일본 너희들이 오염수를 어딘가에 회수해야 해. 아니면 일본 자기들 땅에만 모아두든지'라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역사가 순화 의역해 '오염수가 여기저기 다 퍼질 텐데, 그리고 하루 이틀 만에 퍼지는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거라서‥'라고 통역한 것"이라고 밝힌 MBC는 "보수 인터넷매체에서 주장하는 '소금에 절여 4일 동안 담가놓은 것(成揸放鹽煮, 醃咗四日)'이라는 말은 있지도 않고 맥락상 나올 수도 없는 대답"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이는 더퍼블릭 측이 '사인(사람을 죽인다)'을 4일로, '마쳤다(完)'는 할아버지의 사투리 발음을 '소금(鹽)'으로 잘못 들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신들은 '통역 자막'을 조작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MBC의 해명에 공언련과 공미연 팩크체크팀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MBC·더퍼블릭·국민의힘의 주장을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통해 홍콩 현지에서 광동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부둣가 특유의 잡음이 크고 광동 지역 사투리가 심한 점을 고려해 10여 명의 현지 주민들과 함께 확인 및 재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밝힌 공미연 팩크체크팀은 "그 결과 10여 명의 현지 중국인들은 어민 라이 씨의 발언을 '죽은 놈, 죽은 사람 너 알지? 죽은 사람이야. 네가 죽으면 어디 묻어?'라고 번역했고, 상인 알롱 씨의 발언 가운데 '일본'이나 '수산물'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고 전했다.

    공언련은 "MBC의 1·2차 통역, 더퍼블릭의 통역, 공미연의 통역이 모두 달랐다"며 "결국 MBC가 정확한 해석이 힘든 가운데 특정 상황에 맞춰 인터뷰를 단정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언련은 "10여 명의 현지 주민들은 '온종일' '오염수' '일본'이라는 단어는 언급된 적도 없는데, 어떻게 MBC가 그렇게 번역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며 "광동 지역 방언에다 부둣가의 잡음까지 섞여 중국인들도 해석이 쉽지 않다고 했던 라이 씨의 발언을 MBC 측 통역인이 어떻게 그토록 '명쾌하게' 통역할 수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