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이 만든 대한민국 부정하는 가치관… 운동권 출신이 청산한다" "끝까지 거리에서 싸우는 게 운동권 사상… 애초부터 정치권으로 가면 안 돼""文정부, 남북관계·탈원전·부동산·역사 등… 80년대 급진주의 망상 시도"
  •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끼치는 해악을 운동권 출신이 바로잡겠다는 겁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민경우(58) 대안연대 대표는 오는 15일에 있을 '민주화운동동지회' 결성 취지를 이같이 말했다. 민주화운동동지회는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드는 단체다.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1985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문화원을 점거하기도 했던 함운경 씨,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맡았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과거 반미·반일 프레임으로 큰 혼란을 겪은 대한민국을 올바른 길로 다시 세우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일종의 '비정상의 정상화'다.

    특히 민 대표는 2008년 광우병 괴담사태 당시 '한미 FTA 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을 맡아 시위대 측의 최일선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뉴데일리는 이날 민 대표와 만남에서 그가 한때 그릇된 신념을 가졌던 이유와 어떤 계기로 진실에 눈을 뜨게 됐으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들었다.

    -광우병 괴담사태 당시 시위를 주도했다. 그때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려 달라.

    "우선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저를 비롯한 동료들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체결된 한미 FTA를 두고 '이제 우리나라는 완전한 미국의 식민지가 됐다'고 생각했다. 반미(反美) 성향이 더 증폭된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 당시는 노무현 정권 집권기였다. 노무현 타도를 직접 외치는 것은 부담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반미'를 외쳤다. 2008년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되자 이때부터 운동권의 목표가 '반미'에서 '이명박 타도'로 바뀌게 됐다.

    정상적인 경우였다면 광우병을 이슈로 두고 이명박 정권이 말이 안 통하니까 정권퇴진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그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명박 퇴진이 목표였다. 건수를 찾다가 광우병이 걸리게 된 것이다. 광우병은 명목일 뿐이었고, 당시 시위대 측의 진짜 목표는 이명박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광우병 괴담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괴담, 어떤 점이 닮았나?

    "정치적 목표가 상황을 압도하고 있는 점이 똑같다. 현안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과거에는 이명박 퇴진이 지금은 윤석열 탄핵 또는 이재명 사법처리에 혼란을 주는 것 등이다. 시위대 구성원들도 비슷하다. 2008년 당시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광우병과 후쿠시마 오염수를 시위한 지도부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결성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화운동동지회'를 결성한 목적이 무엇인가?

    "운동권 출신들이 만들어 낸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가치관을 청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운동권은 과거에 외친 반미가 생각보다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같은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힌다. 그래서 대안으로 세운 전략이 바로 우리나라 역사관을 바꾸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승만 격하(格下) 운동이 있다. 건국대통령인 이승만이 격하되면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이 흔들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통성이 있는 정부는 북한 정부가 되고, 북한 주도의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주사파 운동권들의 핵심 전략이다.

    이승만 격하, 김구 찬양 운동 등 주사파 운동권들의 전략이 실제로 TV에까지 나와 공공연하게 퍼지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정치권까지 번졌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가치관은 우리(운동권)가 만든 부산물이다. 이것을 우리가 직접 치우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게 됐다"
  •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과거 이적단체에서 활동한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에서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했다. 범민련은 남북이 연대한 조직이다. 범민련은 보통 조직과는 다르게 남쪽과 북쪽 모두 기반이 있다. 따라서 범민련이라는 조직 구성 자체가 반국가적인 단체다.

    그곳에서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하면서 북한과 연락을 담당했다. 주업무는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을 통해 북한과 전화 및 팩스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그게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그래서 간첩 혐의로 두 번에 걸쳐 4년 정도 감옥에 살았다."

    -북한은 범민련을 어떻게 관리했나?

    "북한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노동당에서 범민련을 관리했다. 남한의 범민련은 반정부 민간 조직이고,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외곽조직이다. 범민련 내에서 남북 양측의 조직 기반이 극단적으로 달랐기 때문에 대화를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가치관이 바뀌게 된 계기는 무엇었는지 궁금하다.

    "문화였다. 나는 주사파였으니까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유명 가수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융성해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식민지라면 그런 문화적 융성이 가능했을까'하는 의문점이 생겼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 무렵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 생각들이 많았다. 십수년간 믿었던 가치관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가 9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운동권 출신으로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운동권은 혁명론자이기 때문에 정치권으로 가면 안 된다. 운동권 정신이란, 기득권에 들어가지 않고 끝까지 거리와 지하에서 싸우는 것이다. 정치권으로 간다면 거리와 지하에서 싸우자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으로 들어가니까 생각과 행동이 괴리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정치권에 가서도 운동권 시절 그랬던 것처럼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 사태 이후 운동권의 내로남불식 문화, 도덕적 타락 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가 '한명숙 불법정치자금수수 사건'이었다. 한명숙은 나름 운동권에서 선망받는 사람이었는데, 1억원짜리 수표가 버젓이 나왔음에도 '아니다'라고 우기는 모습에 너무 실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바라보나?

    "문재인 정부는 1980년대 운동권 정신 중 하나인 급진주의 망상을 실제로 실현하려고 했다. 대표적으로 남북관계, 탈원전, 부동산정책, 역사문제 등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1980년대 운동권들이 하던 생각을 그대로 시행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말도 안 되는 대북정책을 시행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가정이 민간인인 내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됐는데, 그런 가정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문 정부는 운동권의 낭만을 가진 채 대북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본다."

    -이전 좌파 정권에서 시행한 대북 유화정책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있나?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시행했던 대북 유화정책과 민족화해정책 등을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대북정책은 결과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북 화해정책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민주적 질서 안으로 들어와야지만 그 정책이 옳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처럼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상대로 위협한다면 대북 강경정책을 기본으로 하면서 유화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민주화운동동지회'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지금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했던 활동에 대해 정직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는 상태다. 이들을 조직하고 각종 조직적 활동을 통해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선도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나아가 운동권 정치인들의 물리적 퇴장을 추진할 것이다. 과거 운동권 정치인과 운동권 등을 통해 부당한 축재를 했던 인사들을 모두 규명할 것이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이 그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