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동극장 '비밀의 화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옆 공연장' 등 이색 협업 눈길
  • ▲ 뮤지컬 '비밀의 화원' 공연 장면.ⓒ국립정동극장
    ▲ 뮤지컬 '비밀의 화원' 공연 장면.ⓒ국립정동극장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우디 향과 꽃 냄새가 어우러진 따뜻한 향이 코를 사로잡는다. 건물 공조 시스템을 통해 발향되는 이 향기의 이름은 '136'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연의 감동과 특별한 기억을 주기 위해 LG생활건강 향 전문 연구소인 센베리 퍼퓸하우스와 함께 개발했다. 심플한 공간의 특성과 조화를 이루며 공연장만의 고급스러움과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후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1만 배 이상 민감하고, 100배 이상 선명한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국립정동극장 등 다양한 문화공간에 감성을 더하는 이색적인 '향기 마케팅'이 눈에 띈다. 관객에게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으로 공연을 즐기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 셈이다.
  • ▲ 세종예술아카데미 '미술관 옆 공연장' 특별 강좌 현장.ⓒ세종문화회관
    ▲ 세종예술아카데미 '미술관 옆 공연장' 특별 강좌 현장.ⓒ세종문화회관
    지난 24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가 체임버홀에서 처음 선보인 '미술관 옆 공연장'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 세계를 향기와 음악으로 살펴보는 특별 강좌로 꾸며졌다.

    도슨트 정우철이 고흐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주고, 피아니스트 민시후가 고흐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을 연주했다. 조향사 노인호는 고흐 작품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만든 향을 담은 시향지를 입장객들에게 선물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공연예술시장은 경험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관객 확산 방법의 하나로 '렉처 콘서트' 형식의 아카데미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단순한 강연만으로는 소비자인 관객의 시선을 끄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 기획한 세종픽 '미술관 옆 공연장'은 미술,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가 공감각적으로 느껴져 누구나 문화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 ▲ 조향사 노인호가 고흐 작품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만든 향을 담은 시향지.ⓒ세종문화회관
    ▲ 조향사 노인호가 고흐 작품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만든 향을 담은 시향지.ⓒ세종문화회관
    현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950년대 영국의 보육원을 배경으로 퇴소를 앞둔 4명의 아이들이 연극 놀이를 통해 책 속 캐릭터들을 만나는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된다.

    실감형 영상과 향기·음향 등을 통해 관객들은 진짜 비밀의 화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대 위에는 나무와 풀·꽃이 심어진 정원이 구현되고, 부드러운 재스민과 화이트 머스크, 이른 봄을 닮은 은방울꽃(뮤게), 상쾌한 만다린 등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후각을 자극한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관객에게 힐링을 선물한다"며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공연이 끝난 후 옷깃에 남는 향기는 어느 곳, 누구에게나 희망을 전하고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