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1일 정의용과 서훈, 갑자기 어선 나포해 어민들 북송하는 방안 논의 시작이후 군은 11월2일 북한 어민 2명 나포, 7일 북송… 내부 반론에 서훈 "그냥 해" 지시
  • ▲ 탈북 어민이 판문점으로 북송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태영호 의원실
    ▲ 탈북 어민이 판문점으로 북송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태영호 의원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 윗선이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당시 어선을 나포하기 하루 전 북송 방식을 검토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공소장에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강제북송 과정에 관여한 구체적 정황이 담겼다. 

    청와대 안보실과 국정원은 2019년 10월29일 탈북 어민 2명이 남쪽으로 도주 중이라는 군 첩보를 입수했다. 이튿날인 10월30일에는 이들이 북한 선원 15명을 살해하고 북한 함선을 피해 남쪽으로 도주 중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인지했다.

    10월31일에는 합참으로부터 '북한 어선 1척을 포착했고, 단순월선으로 판단해 퇴거조치를 완료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원칙상 퇴거조치에 불응하는 경우 나포해 북한 측에 선박과 신병을 현장에서 송환하거나 귀북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 북한 측에 인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당시 안보실 방침도 나포가 아닌 현장송환이나 퇴거조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11월1일 정 실장과 서 원장 등은 기존 방침과 다르게 갑자기 어선을 나포해 어민들을 북송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군은 11월2일 북한 어민 2명을 나포했다.

    이후 11월5일 정부는 어민 2명을 돌려보내겠다고 북에 통지하면서 문 전 대통령의 '한·아세안정상회의 김정은 초청문'도 보냈고, 11월7일 북송을 원치 않는 북한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군에 넘겼다.

    공소장에는 또 당시 문재인정부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절실함이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 모친상 당시 김정은이 조의문을 보냈는데, 이에 감사하는 의미로 친서를 보내면서 북송도 함께 하려 했다는 것이다.

    북송 전 '검토 필요' 반론 나오자… 서훈 "그냥 해"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서 전 원장이 국정원 보고서 수정·삭제를 강압적으로 지시한 구체적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어민들이 동료 선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만큼 수사의 필요성 등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서 전 원장은 "그냥 해. 우리는 그냥 그 의견을 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정원 3차장은 대공수사국장에게 서 전 원장의 지시를 전했고, 실제로 '합동정보조사상황' 보고서는 '강제북송'을 뒷받침할 내용으로 수정·삭제됐다.

    검찰은 최종 책임자로 정 전 실장을 지목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이 30여 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외교 전문가임에도 범죄인 인도 절차 등 북송 요건을 무시하고 2019년 11월4일 강제북송을 승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국정원 등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약 8개월 뒤인 2023년 2월28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