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해외도피생활 끝에 17일 오전 한국 송환… "이재명 전혀 몰라, '황제도피' 아냐" 의혹 부인곧바로 수원지검 청사로 압송… 검찰, 집중 조사한 뒤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할 방침'횡령·배임, 이재명 변비 대납, 대북송금' 혐의 관련 김성태 지시·관여 여부 추궁할 듯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차량에 탑승해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차량에 탑승해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정상윤 기자
    검찰 수사를 피해 8개월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해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국내로 송환됐다. 

    이날 김 전 회장이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체포영장을 집행한 검찰은 체포 시한인 48시간을 꽉 채워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방침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성태 "이재명 전화번호도 몰라"… 다른 질문에는 '묵묵부답'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8시19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 혹은 그 측근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이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저 때문에 저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답한 뒤 입국심사장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쌍방울 자금 횡령 혐의, 전환사채(CB) 의혹 등을 물었지만 김 전 회장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이날 태국 수완나품공항에서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 김 전 회장은 "회사에서 전환사채를 만드는데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두고는 "이재명 씨와는 전화 한 적이 없다.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외도피 중 골프를 치거나 유흥을 즐기는 등 '황제도피'를 했다는 의혹에는 "하루 하루 지옥같이 살았다. 김치나 생선은 좀 먹었는데, 그것을 황제도피라고 한다"며 "다 불찰이니까 검찰 가서 조사 받고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실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항에서 곧바로 수원지검으로 압송된 김 전 회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체포영장 시한 만료 전인 오는 18일 구속영장도 청구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이 상당기간 해외도피생활을 해왔던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크다.

    검찰, '횡령·배임, 이재명 변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혐의 등 집중 추궁

    한편 김 전 회장은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우선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집중 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이날 집행한 체포영장 역시 지난해 8월 김 전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발부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자본시장법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전 쌍방울 재무담당 부회장을 지낸 A씨와 현 재무담당 부장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각 100억원씩 발행한 전환사채(CB) 거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CB는 김 전 회장의 친인척이나 측근 명의 투자회사들이 매입했는데, 이 회사들의 CB 매수자금에 쌍방울그룹 돈 30억원을 투입하고(횡령), 페이퍼컴퍼니 조합원이 출자한 지분을 임의로 감액해 김 전 회장의 지분으로 변경해 4500억원 상당을 배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김 전 회장이 모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당시 김 전 회장을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모른다"는 김성태… 원활한 수사 여부 불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 A씨가 수임료 명목으로 현금 3억원과 3년 후에 팔 수 있는 쌍방울 전환사채(CB) 20억원어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김 전 회장의 귀국으로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날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비추어볼 때 향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또 쌍방울이 2019년 전후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대북송금 의혹'도 김 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횡령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의 공범으로 기재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 경제협력사업을 합의한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