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클럽, 김정은-트럼프 주고받은 친서 27통 공개"문재인 아니라 각하와 직접 비핵화 논의하길 희망"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이 남북간 대화가 한창이던 2018~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미협상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데 반해 김정은은 그가 협상에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은 "문재인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25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공개된 친서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8년 9월21일자 친서에서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그는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같은 친서를 보낸 시점은 평양공동선언이 있던지 불과 이틀 만이다. 김정은은 문 전 대통령과 2018년 9월19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문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미국 고위관료들이 북미협상에 개입하는 것도 탐탁치 않아했던 걸로 보인다.

    "각하께서 해준 것은 무엇이냐" 답답함 토로하기도

    김정은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직후인 2018년 9월 6일자 친서에서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 비핵화를 포함한 중요한 현안들에 관해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함이 더 건설적"이라고 했다. 

    2019년 8월5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후에도 친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미연합연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 등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은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이를 각하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분명히 나는 정말로 기분이 상했다"고 했다. 

    이어 "각하께서 해준 것은 무엇이냐"며 "각하께서 우리의 관계를 오직 자신에게만 득이 되는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주기만 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받지 못하는 바보처럼 보이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