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14조 규모 2차 추경안 중 72%가 기금 전출액시의회 "기회비용‧시민 관점에서 과도해…'로드맵' 필요"전문가 "시민 권리 침해 가능성" "예산 낭비‧욕심"교육청 "세부사항 정할 거면 예산으로 편성했을 것"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이 2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기금 전출을 위해 편성한 것과 관련, 교육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의회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전문가들은 "시민의 예산 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시의회와 교육계 전문가들은 교육청의 기금 전출용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교육청, '2조7000억' 기금 전출액 편성… "돈 펑펑 썼다는 방증" 

    교육청은 지난 15일 올해 본예산 10조6393억원 대비 3조7337억원 증가한 14조373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중 72.8%에 달하는 2조7191억원을 각종 기금 전출액으로 편성했다. 

    기금 전출 항목으로는 △시설공사를 위한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1조7423억원) △에듀테크 등 재원인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9620억원) △신청사‧연수원 등 건립기금(148억원) 등을 제시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경 의원은 19일 교육위 임시회에서 열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첫 시책업무보고에서 교육청을 향해 '구체적인 로드맵' 편성을 요구했다. 교육청이 밝힌 기금 전출 명목 세 가지는 구체적이지 못해 편성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세수가 많이 걷히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경 예산이 늘어나 교육당국이 당장 쓸 곳을 찾지 못해 기금 적립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이는 국가적‧사회적 기회비용 측면 및 일반 시민 관점에서 과할 수 있는 재정규모이므로 교육청은 하루빨리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역시 18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생 처음 보는 추경 편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정부가 교부금을 초‧중‧고교에 배분하던 것을 대학에도 배분한다고 하니 교육청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며 "그 말은 지금까지 돈을 펑펑 썼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다.
  • ▲ 21일 오후 서울시의회가  31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의 조직개편안이 담긴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과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 개정안 등을 가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21일 오후 서울시의회가 31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의 조직개편안이 담긴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과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 개정안 등을 가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전문가 "교육청 자율 재량 확보 의심해야" "시민 시각에서 불합리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21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교육청의 추경안 기금 편성이 시민의 예산 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기금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큰 그릇에 돈을 집어 넣는 것과 같다"며 "교육청은 기금 운용에서 보다 자율적 재량을 가질 수 있어 의회의 감사를 피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 편성은 시의회가 항목별로 필요성과 타당성을 꼼꼼히 검증 및 확정하고, 집행 후 그대로 썼는지 평가할 수 있는데 기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 배 교수는 "시의회는 시민을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에 결국 시민의 예산 심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10조원가량의 본예산도 이미 엄청난 액수인데 2조7000억원을 각종 기금으로 전출하는 방식을 요청한 것은 교육청이 재정을 확보하려는 꼼수로 보인다"며 "이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못한 예산 낭비이자 교육청의 욕심"이라고 규탄했다. 국세를 통한 추경안 편성임에도 불필요한 혹은 세부사항 제시 없는 사용처로의 기금 편성을 꼬집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국세가 줄어들면 교부금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 교육청은 이에 대비해 미리 적립하는 것"이라면서도 "일반인들이 보면 교육청에 돈이 남는다고 얘기할 수는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는 교육청의 추경 예산이 과도한 만큼 보충설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교육청 역시 기금의 세부적 로드맵이 부재함을 인정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큰 틀에서 기금으로 넣어 놓고 정해진 사용처에 맞는 예산을 추후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라며 "세부적으로 나눠 정할 것이었다면 예산으로 편성하지 왜 기금으로 편성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교육청의 추경안 심의에서 예산 축소 등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는 오는 22~25일 상임위원회가 소관하는 추경안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교육위 역시 이 기간 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을 심도 깊게 심의해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