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출입기자 출신이 분석한 정부 공직자 인사시스템대통령 인사의 범위와 작동 원리, 사례까지 완벽해설
  • 바야흐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용산 시대'가 막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각 부처에서 대대적인 개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한미정상회담과 6.1 지방선거 등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정사(政事)에 반영할 수 있는 인재들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설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무려 1만8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닿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내각에 입성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 수요가 발생하면 누군가 인재를 추천하고 이를 검증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이후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면 인사가 확정되는데, 임명 과정에서 국회 동의라는 까다로운 관문도 통과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새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는 '공간 재배치'에 그치지 않고, 참모 시스템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의 각 절차를 담당하는 부서의 명칭은 달라졌어도 '인사 추천과 검증의 분리'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

    또 정치권 속성상 외곽 실세들의 대통령 인사권 개입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과거 정부의 인사 패턴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훌륭한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일꾼은 누가 어떻게 뽑는 것일까?

    '대통령의 사람 쓰기(도서출판 세이코리아 刊)'는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노무현 정부 시기까지 약 10년을 청와대에 출입하며 '역대 최장기간 청와대 출입 기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저자가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 시스템에 관해 분석한 책이다.

    개별 정권의 인사 시스템에 관한 책이 출간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 책처럼 통시적으로 대통령 인사의 범위와 작동 원리, 사례를 망라하여 분석한 경우는 국내에서 첫 번째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투표를 행사함으로써 선출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쓰는 사람은 과연 누가 어떻게 뽑는 것일까? 5년에 한 번씩 대선을 치르고 나면 승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내각을 꾸리는 일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내각에 누가 앉느냐 하는 문제는 사업의 방향, 국민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선만큼이나 중요한 시기가 대선 직후의 내각 발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쓰는 사람은 대통령이 뽑는다.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범위는 놀랍게도 딱히 정해진 규정이 없다. 영향력이 미치는 정도로 따지면 무려 1만8000개 이상의 자리가 범위 안에 있다. 물론 임용 모두를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수 없으므로 일부는 총리나 장관 등에게 위임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 역시 결국은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을 비롯한 법률에 명시된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인사권은 총리와 대법원장 및 대법관 13개,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3개, 중앙선관위원 3개, 행정부 장·차관 등 정무직 140개 안팎, 공공기관 임원 150여 개가량을 합쳐 300개 이상이 범위에 해당한다.

    시스템 VS 실세: 정권의 인사를 좌우하는 두 가지 축


    그렇다면 대통령은 '내권내맘(내가 잡은 권력, 내 맘대로 쓴다)' 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사람 쓰기에도 당연히 시스템이 있다.

    인사수요가 발생하면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실에서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나 비공식 존안자료, 혹은 정권 주변의 추천에 의해 인재를 발굴한다. 후보군을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넘겨 인사 검증을 한 뒤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인사협의체의 의결 사항을 대통령이 재가한 뒤 공식 임명 절차를 밟는다.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만큼 전체 인사 시스템에도 약간 변화가 생겼다.

    기업에서 인사의 기본은 업무 능력을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사는 다르다. 인사 대상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려면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출신 지역이나 학교의 균형은 물론이고 정치 성향, 성장 배경, 조직 내부 평판 등 검토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 소외계층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통치권 차원에선 후계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정권 연장에 필요한 인물을 찾아내 경력 관리도 시켜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정치공학적 종합예술에 가까운 사람 쓰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이 엄존함에도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또는 주요 직위들의 개각이 발표될 때마다 검증 과정에서는 시끄러운 잡음이 발생한다. 심지어 국론이 분열되거나 인사 게이트로 비화해 정권이 흔들리는 경우까지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정권 실세들의 정실 인사, 정무적 판단에 따른 인사 정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비선 실세 등 비(非) 시스템적 인사가 정상적인 시스템 구동에 오작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서 가장 분명한 전제가 되어야 할 시스템적 인사가 정권 실세에 의한 비시스템적 인사로 채워지는 현상을 포착해 '시스템과 실세 간 대결의 장'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총탄 없는 인사 전쟁의 민낯을 정권별로 하나하나 파헤친다.

    ◆ 저자 소개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본부장.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언론학 석사)했다. 1988년 영남일보 복간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서울지사 정치부에서만 줄곧 근무했다. 국회와 보수, 진보 정당을 두루 출입했다. 청와대는 노태우 정부 시기 간간이 취재 지원을 나간 것을 시작으로, 김영삼 정부 때 8개월, 김대중 정부 때 3년 6개월, 노무현 정부 때 4년가량을 출입하며 정치적·사회적 격동기마다 권력의 심장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SBS와 KBS라디오, TV조선과 MBN 및 채널A 등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월간지 '신동아'에 정치 기사를 장기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