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대안 없는 졸속입법… 피해자 법익 구제 난망"박성진 대검 차장, '사직인사'… "꼼수 강행, 분노 참을 수 없다"
  • ▲ 대한변호사협회. ⓒ정상윤 기자
    ▲ 대한변호사협회. ⓒ정상윤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음에도 법조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검수완박 재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부터,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청법·형소법 개정법률안 공포에 유감을 표하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개정안이 검찰 권한 축소로 인한 수사공백을 메울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입법됐다는 이유에서다. 

    변협 "피해 보는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

    변협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시행되고 있는 현 제도하에서도 수사지연 등으로 인한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경찰의 종결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만 제기할 수 있고 검사는 이에 강제력 없는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로 피해자가 적극 활용해온 항고 및 재정신청 제도도 사문화됐다"고 설명한 변협은 "피해자의 법익 구제는 난망하기만 하다. 피해 보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고 우려했다.

    변협은 "개정 검찰청법은 일반 민생범죄사건에 대한 수사역량 보완을 위한 규정들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대형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국가 수사역량을 크게 약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 제한은 부패한 공직자와 힘 있는 정치인들의 보호막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도 나와

    변협은 개정안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도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공익적 고발사건에 대한 이의신청권마저 제한하고 있어 향후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진실 발견과 정의 실현이 저해되고 종국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 부정과 부패가 은폐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지난해 전격 실시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아직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해 많은 국민과 법률가들이 제도 보완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법률전문가단체의 의견을 외면했다"고 비판한 변협은 "국회와 정부가 성급하게 법률개정안을 입법화하고 공포한 것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그러면서 "앞으로 심도 있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국민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들 문제점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 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연합뉴스
    ▲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 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모습. ⓒ연합뉴스
    박성진 대검 차장도 사직… 한동훈 "무리한 입법"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수완박 졸속입법을 비판했다. 박 차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 이후 총장직무대리를 맡았다.

    박 차장검사는 사직 글에서 "지난해 크게 바뀐 형사사법제도가 미처 안착하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뚜렷한 논리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절차마저 어겨가며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입법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오로지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고자 꼼수를 강행하는 모습에 검사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밝힌 박 차장검사는 "그런 상황에서 직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달리 저항하고 책임질 방법이 없다고 생각돼 이렇게 떠난다"고 언급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후보자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자료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입법 추진으로 범죄자들은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고 힘없는 국민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구가 폐지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다"고 지적한 한 후보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지면 일반 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하자 "입법·공포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청문회에서 법무부장관후보자로서 의견을 상세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요청으로 오는 9일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