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A씨, 정준영 변호사에게 식사 대접받아… '정준영이 범행 시인' 허위보고서도 작성
  • ▲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씨가 2019년 3월1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대답중인 모습. ⓒ뉴데일리 DB
    ▲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씨가 2019년 3월1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대답중인 모습. ⓒ뉴데일리 DB
    법원이 가수 정준영(33) 씨의 불법촬영 사건을 부실수사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57)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벌금 5만원과 추징금 1만7000원 상당도 함께 명령했다.

    상급자 지시 무시하고 부실수사

    A씨는 2016년 8월 정씨의 1차 불법촬영 신고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급으로 근무했다. A씨는 당시 정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라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정씨의 범행 영상을 확보하지 않는 등 수사를 부실하게 한 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의 지휘 라인에 있던 계장·과장들은 정씨의 휴대전화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한다. A씨는 그러나 상급자들이 휴대전화 확보를 계속 지시하자 포렌식 업체에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가 이를 거절하자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접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A씨는 특히 검찰 조사에서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식사대접을 받으며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송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정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범행을 시인했다는 내용의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후 정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자체적으로 포렌식을 진행했지만, 삭제한 영상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재판부 "A씨, 죄책이 가볍지 않다"

    재판부는 A씨가 송치한 정씨 사건과 관련 "수사 절차를 다 이행하지 않고 형식적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A씨의 행위는 단순히 태만으로 인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을 넘어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적극적인 증거 확보를 위한 수사 과정에서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할 만한 행위를 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했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A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경찰로 근무하며 특별한 징계를 받은 바 없이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