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2일 의원총회 열고 검수완박 논의… 검찰에 기소권만 남겨놓는 게 핵심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 폐지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공수처, 통신사찰 등 인권침해 자행"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입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검찰과 달리 민주당이 주도해 설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는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이고 이첩권까지 가진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수사기관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논의 중인 검수완박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완전히 박탈해 다른 기관에 넘기고,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겨놓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검찰이 가진 수사 권한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뿐이다. 민주당은 이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특별수사청 등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어 넘기거나 경찰로 넘기는 등의 방법을 논의 중이다.

    민주당, 수사·기소·이첩권 있는 공수처는 왜 가만두나

    이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왜 공수처는 손대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데다 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까지 빼앗아올 수 있는 이첩권까지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이첩권은 공수처법 제24조 1항과 2항을 통해 보장된다. 24조 1항은 '수사처의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24조 2항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즉, 검찰이나 경찰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되면 공수처에 알려야 하며,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검·경은 무조건 사건을 넘겨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이 때문에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고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정국 당시 "공수처가 검·경의 내사·수사·첩보를 이관받아서 깔고 뭉개면 국가의 권력비리에 대한 사정 역량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공수처의 비대한 권한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종현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종현 기자
    통신사찰 논란 일으킨 공수처… "과거 수사 관행, 성찰 없이 답습"

    공수처가 출범 이후 수사와 관련해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도 문제다. 

    공수처가 일으킨 가장 큰 물의는 '통신사찰' 논란이다. 공수처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 기자와 그들의 가족 등을 대상으로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났고, 곧이어 민간인 등의 통신자료마저 들여다본 사실이 밝혀졌다. 

    공수처는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최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조회' 논란 등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됐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러한 막강한 권한에도 공수처의 '실적'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것도 문제다. 공수처가 출범 후 약 15개월간 직접 기소한 사건은 단 1건뿐이다. 지난달 11일 공소를 제기한 이른바 '스폰서검사'로 불린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등 혐의 사건이다. 이외에 직접 기소한 사건은 없다.

    고위 공직자 구속 수사 건수는 0건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0월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검사를 대상으로 체포·구속영장을 3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이어 여운국 공수처 차장검사가 같은 해 11월 손 검사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라고 밝히며 공수처 스스로 수사기관으로서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법조계 "정치적 이유의 검찰개혁 반대"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검찰보다 공수처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윤 변호사는 "검수완박보다 공수처의 폐지를 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며 "공수처의 지난 수사들을 보면 제대로 수사하는 것 같지도 않고, 기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통신정보를 마구잡이로 뒤져봐서 '통신사찰' 논란을 일으키는 등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된다면 그 사이에 다른 대체 수사기관이 검찰만큼 수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민들을 바라보고 검찰개혁 논의를 해야지 지금처럼 정치적 이유의 검찰개혁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직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인 이헌 변호사는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억하심정과 대장동 의혹 등으로 수사가 예정된 이재명 전 대선후보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으려는 듯하다"며 "정말 개혁이 필요한 것은 무능한 공수처와 폐해만 드러난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렇게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으면 수사·기소·이첩권을 다 가진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