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김형직군 거주 4인 가족, 국가보위성 산하 국경경비대 대원들에 수면제 먹이고 탈북김정은 “억만금 들여서라도 반드시 잡아와서 시범 케이스로 처벌하라” 국가보위성에 지시
  • 압록강 인근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북한 국경경비대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압록강 인근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북한 국경경비대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접경지역의 일가족이 국경경비대 간부 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탈북하자 김정은이 “어떤 수를 써서든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국경경비대는 현재 국가보위성 산하 조직이다.

    접경지역 일가족, 국경경비대 간부 수면제로 재운 뒤 탈출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일 새벽 중국-북한 접경지역인 양강도 김형직군에 살던 일가족 4명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중국-북한 간 밀수로 생활하던 일가족은 국경경비대와 친분이 있었다. 탈북 전날에도 국경경비대 부분대장(하사)이 평소처럼 이들 집에 들렀다. 부분대장이 이튿날 새벽 1시에 근무를 선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일가족은 그에게 수면제가 든 탄산음료와 빵을 건넸다. 함께 근무할 부하 몫까지 챙겨줬다.

    매체는 “그동안 밀수로 생계를 이어온 일가족은 중국으로 통하는 길을 다 알고 있었고 해당 경비대원들이 어느 구간에서 근무를 선다는 것까지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가보위성 소속 국경경비대에게 수면제 먹이다니…”

    국경경비대 간부가 수면제에 취해 곯아떨어진 틈을 타 일가족이 탈북한 사실은 이튿날 국가보위성 지도부와 김정은에게도 보고됐다. 이후 탈북 일가족에게 음료와 빵을 얻어먹은 부분대장은 즉각 영창에 수감돼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보고를 받은 뒤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민족반역자를 무조건 잡아 와 시범겜(본보기)으로 강력히 처벌하라”는 ‘1호 방침’을 하달했다. “1호 방침에는 ‘인민이 군인에게 약을 먹이고 도망쳤다는 것은 군민관계의 심각한 훼손 행위’라며 ‘국경 군민의 사상을 전면 검토하라’는 지시도 담겼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위성은 김형직군에 요원을 파견해 사건을 조사하는 한편 국경경비대 군관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국가보위성은 또한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중국에 파견 가 있는 보위성 요원들에게 일가족 체포 명령을 내리는 한편 중국 공안과 국경경비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최근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듯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탈북한 일가족은 평소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편이었으며 일가친척 가운데 탈북자나 범죄자도 없는 ‘혁명적인 가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김정은이 국경 지역에 장벽과 고압전선 설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앞으로 밀수를 못 하게 되면 희망이 없다” “우리는 뙈기밭 농사나 지으면서 강냉이(옥수수)나 먹고 짐승처럼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