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전 유엔 대사, 신간서 밝혀…"키신저 전략 따라 북·중·러 압박했다"
  • ▲ 지난해 10월 9일 유엔 대사를 사임한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니키 헤일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0월 9일 유엔 대사를 사임한 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니키 헤일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고,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조언한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과 ‘역지사지 전략’을 사용했다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가 자신의 책에서 밝혔다.

    “트럼프, 키신저 조언 듣고 ‘미치광이’ 전략”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자신의 유엔 대사 경험을 담은 책 <외람된 말씀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북한과 관련한 내용도 다뤘다. 16쪽에 달하는 북한 관련 내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다룬 방법도 소개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으며, (북한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말에 따른 것이었다.

    2017년 초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해 잇달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맞서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미치광이 전략’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것이 헤일리 전 대사의 설명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유엔에서 최대한의 대북압박 전략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 ▲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칭한 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던 밈(meme). 이후 김정은과 '최고존엄(Supreme Leader)'이라는 단어는 세계적으로 조롱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트위터 캡쳐.
    ▲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칭한 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던 밈(meme). 이후 김정은과 '최고존엄(Supreme Leader)'이라는 단어는 세계적으로 조롱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트위터 캡쳐.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백악관에서 “북한은 더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세상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북한을 통째로 파괴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도발은) 로켓맨은 물론 그의 체제에도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국 향해 “北 체제 붕괴 뒤 대규모 난민 받을 거냐” 압박

    헤일리 전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대북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역지사지(Put yourself in your adversary’s shoes)’ 전략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을 대북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북한급변사태’를 내세웠다고 한다. 만약 미북 대결구도가 극한에 다다른 뒤 북한 정권이 무너진다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해 대부분 중국으로 건너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설득은 성공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중국마저 대북제재에 동참하는데 러시아만 북한을 지지하면, 러시아는 북한을 옹호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극했다고 한다. 러시아 또한 이런 설득에 넘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