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미인' 프레스콜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렸다.ⓒ연합뉴스
    ▲ 뮤지컬 '미인' 프레스콜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렸다.ⓒ연합뉴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83)의 명곡들이 소극장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신중현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은 '아름다운 이곳에'라는 부제로 12월 5일까지 대학로 YES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 2018년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재연은 '아름다운 이곳에'라는 부제가 붙었다. 기존 대극장 화법에서 벗어난 친숙하고 접근성 높은 새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억압 속 희망을 노래하는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에 더 집중해 드라마를 강화했다. 

    강산·강호 형제와 그들의 둘도 없는 친구 두치, 혹독한 시절을 시(詩)로 노래하는 시인 병연 등 주요 인물 4인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앙상블 2인으로 구성하며, 그에 따라 2막 구조에서 단막 구조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서병구 안무가는 "대극장에서는 앙상블이 대부분 춤을 췄는데, 소극장에서는 모든 주·조연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 춤까지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배우들이 힘들어야 관객들이 즐겁다"면서 "큰 동작이나 장식적인 안무는 배제했다. 얼굴 표정과 몸에서 나오는 표현력을 바로 느낄 수 있게 디테일하게 안무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미인'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의 무성영화관 '하륜관'을 배경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저항하고 부딪쳐 온 아름다운 청춘들의 모습을 그린다. '미인'을 비롯해 '님아, '봄비', '빗속의 여인', '아름다운 강산' 등 신중현의 히트곡을 감상할 수 있다.

    이희준 작가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에는 저항정신이 강하게 들어있다.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하기 좋은 배경이 일제강점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중현은 정권 찬양가를 요청했던 박정희 정권의 제의를 거부했으며, 1975년 가요정화운동과 대마초 파동으로 그의 100여 곡이 금지곡이 됐다. 1974년 신중현과 엽전들 2집에 수록된 '아름다운 강산'도 금지곡이 되는 시련을 겪었다.

    '미인'은 신중현의 실화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도 했다. 극 중 하륜관의 스타 강호는 마사오로부터 일본 천황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면 형 강산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강산은 무대에 올라 우리나라를 찬양하는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한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편곡의 중요한 역할은 서사를 완성시키는데 있다. 지난 시즌에서 '아름다운 강산'은 극에 발을 반만 담그고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면, 이번에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미인'에서 강호의 형인 인텔리 독립 운동가 '강산' 역에 박영수·조성윤, 하륜관의 인기가수 '강호' 역에는 현석준·최민우·윤은오가 출연한다. 모던 보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시인 '병연' 역은 제이민·여은·장민제가 맡았다.

    종로 굴다리패의 대장 '두치' 역은 최호승과 조현우가 연기한다. 강호 일행의 독립운동을 막아서는 일본 경찰 마사오 외 다양한 인물로 분하는 김윤하, 하륜관의 사장 명희 외 다역은 백예은이 원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