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해방에 생명 바친 붉은 군대를 추억한다”…신의주서 소련군이 저지른 학살은 외면
  • ▲ 김정은의 화환을 구 소련군 전사자 추모탑에 헌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패 금지.
    ▲ 김정은의 화환을 구 소련군 전사자 추모탑에 헌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패 금지.
    1945년 8월 해방 직후 북한으로 진공한 소련군은 곳곳에서 강간·약탈을 저질렀다. 이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인 신의주 시민 100여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광복절을 맞아 구 소련군 전사자 추모탑에 헌화를 한 뒤 “그 공적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에 ‘붉은 군대’ 운운하는 축전도 보냈다.

    “김정은, 광복절 맞아 소련군 전사자 추모탑에 화환 헌화”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이 광복절을 맞아 구 소련군 전사자 추모탑인 ‘해방탑’에 화환을 보냈다”고 전했다. 화환은 리일환 노동당 비서가 대신 해방탑에 바쳤으며, 최희태 평양시 인민위원장과 임천일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이 헌화에 함께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화환에는 ‘소련군 열사들의 공적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는 글귀가 적혔다”며 “(헌화) 참가자들은 숭고한 국제주의적 의무(국제공산주의 의무)를 지니고 조선 해방을 위한 성전에 고귀한 생을 바친 소련군 열사들을 추모하며 묵상(묵념)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과 리선권, 러시아 측과 축전도 교환

    김정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도 보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축전에서 “항일대전의 나날, 공동의 원수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피로써 맺어진 러시아-북한 친선은 역사의 온갖 도전을 물리치고 연대와 세기를 이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오늘도 우리 인민은 조선 해방을 위한 성스러운 위업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붉은 군대 장병들을 경건히 추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상을 맡고 있는 리선권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축전을 보냈다. 리선권은 “공동의 원수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맺어지고 끊임없이 강화돼 온 러시아-북한 친선의 전통은 조선 해방을 이룩하기 위한 싸움에서 발휘된 붉은 군대 장병들의 영웅주의와 희생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과 리선권의 축전 내용은 현재 러시아를 구소련 같은 ‘반서방 전체주의 동맹’의 일원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945년 8월 북한 들어온 소련군, 신의주 시민 100여명 학살

    북한은 8월 15일을 ‘조국 해방의 날’이라 부르며 기념한다. 그리고 1945년 8월 북한으로 진공한 소련군을 ‘해방군’이라 부른다. 하지만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보면 소련군은 범죄조직이었다.

    소련군은 만주를 거치면서 일본인 여성 1000여 명을 강간·살해한 ‘거간마오 대학살’을 저질렀다. 이후 북한에 와서는 강간, 강도, 살인 등의 온갖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분노한 신의주 학생과 시민들이 1945년 11월 시위를 벌이자 소련군은 무력진압을 했다. 이 일로 100여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런 ‘소련군의 공적’을 잊지 않겠다며 러시아 측에 축전까지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