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철저 조사 재발방지에 노력… '북핵대비 국민보호' 본연의 임무에 더욱 진력해야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뉴데일리DB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뉴데일리DB
    군이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들을 거듭 실망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논산훈련소에서 병사들의 식사문제로 실망시켰고, 그 이전에는 22사단에서 헤엄귀순자를 제대로 발견 및 조치하지 못하여 망신을 당했다.

    이번 공군에서 발생한 여군 이중사의 자살사건을 보면 군의 기강해이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월 2일 성추행이 발생한 이후부터 5월 22일 이중사가 자살하기까지, 3개월 가까운 동안에 군의 동료와 상관들은 별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은 채 피해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으면서 성추행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했다.

    사건이 발생한 부대의 상관들은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또 자살한 이중사는 물론 그 남편을 회유하는 데 치중했다. 공군의 양성평등센터나 검찰단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도처에 요청했지만 이 중사는 누구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자살밖에 퇴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자살한 이후에도 공군은 처음에 '단순 사망'으로 보고했고, 이틀 후 공군 참모총장이나 국방부 장관은 성추행 자살로 보고받았으면서도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 단호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

    군은 이번 사건을 있는 그대로 철저하게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벌하는 것은 물론, 성범죄 예방을 위해 더욱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다양한 조치들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들을 이행되게 하는 체제와 환경을 구축해 나가야할 것이다.

    성범죄의 가해자는 물론, 주변에서 알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에 성범죄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피해자가 전화로 보고만 하면 지휘계통에 통보하지도 않은 채 일사불란하게 조사 및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다소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위한 철저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군대가 사고예방에 급급하여 전투준비태세를 망각할 가능성이다. '외침으로부터 국가과 국민을 보위하는 것'이 군대가 부여 받은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 성범죄 예방에 노력하면서도 군의 경계태세나 즉각 대응태세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뛰어난 무사는 한쪽 눈을 다쳤을 경우, 다친 눈이 아니라 온전한 다른 눈을 보호한다고 한다. 군 수뇌부들은 이번 성추행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에 노력하면서도 장병들이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군수뇌부는 북핵대비태세에 더욱 진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13일 미국의 랜드(RAND) 연구소와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공동으로 연구해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북한은 2020년에 이미 67-116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고 매년 12-18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2027년에 이르면 151-242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또 북한은 2021년 1월 진행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무력을 강화해 북한 주도의 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최근 김정은은 수시로 회의를 개최해 간부들과 군인들을 독려하고 있다. '오늘 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자문하면서 군듸 대비태세를 높여야 한다. 고도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성범죄와 같은 다양한 사고예방 대책까지 강구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군 수뇌부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 군대가 전투준비태세나 훈련에 전념하지 않음으로써 군의 구심점이 약화되거나 군의 전반적 기강이 이완되고, 그래서 사고가 잦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정신상태가 해이돼, 술을 마시거나 엉뚱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군지휘관을 해본 경험에 비춰 볼 때도 실전적인 훈련에 집중하게 되면 사고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질이 이번 성추행 사건처럼 나빠지지 않는 것 같다. 최근 군 수뇌부들이 실전적 훈련을 통한 고도의 전투준비태세 유지보다는 정치권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사고가 잦은 것 아닌지 의심도 없지 않다.

    군 수뇌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외침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핵대비태세 등 '오늘 밤 싸워 이길 수 있는(Fight Tonight!)' 태세를 구비하는 더 더욱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높은 계급장을 달아주고, 국민들이 존경해주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도 군에 대해 질책만 할 것이 아니라 군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성추행 사건의 발본색원을 군에게 요구하면서도 그 근본 원인에 대해 군과 함께 고민해보고, 군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군의 노력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필자가 주장한 바대로 실전적 훈련에 대한 집중도가 약한 점이 있다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부대를 수시로 방문하여 군이 갖고 있는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을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우리 군이 북한을 '적(敵)'으로 규정하지 못해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한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과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중요시하더라도 군은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여 북핵대비와 도발억제 최선을 강구하도록 독려할 수 있어야 한다.

    군사지식에 정통하면서 부대의 전투력 강화에 탁월한 성과를 낸 지휘관들을 주요 직책으로 영전시키고, 상위 계급으로 진급시키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군은 점차 중점을 회복하게 되면서 지휘관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절차와 규정에 의해 처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군 수뇌부들이다. 그들이 지향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모든 장병들이 그 방향으로 결집할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에게 군의 애로사항을 전달해야 할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부하 장병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다. 군 수뇌부가 이와 같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당연히 중간 지휘관들도 그렇게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군이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상명하복을 특성으로 하는 군대라는 점에서 군이 현재의 불명예를 딛고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는 군 수뇌부의 책임의식, 솔선수범, 환골탈태, 그리고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