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IC 北담당관 “김정은, 핵무력으로 미국 억제 성공, 한미 탈동조화 달성 자랑”“김정은, 향후 대남도발 수위 탐색할 것… 박근혜정부처럼 대응하는 것이 해법”
  • ▲ 2015년 8월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 장면. 이 도발 이후 박근혜 정부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국방부 제공-뉴데일리 DB.
    ▲ 2015년 8월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 장면. 이 도발 이후 박근혜 정부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국방부 제공-뉴데일리 DB.
    “향후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지배력을 과시하고자 대남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미국 정보당국자의 말이 나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향후 행동을 해석할 때 ‘정면돌파전’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대남도발 시도를 막으려면 2015년 8월 박근혜정부처럼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美국가정보위 북한담당관 "향후 북한 행동 예측 키워드는 ‘정면돌파전’"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이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북한이 최근 강조하는 ‘정면돌파전’ 개념이 향후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단어”라며 이같이 예측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정면돌파전’을 강조한다. 사일러 북한담당관은 북한의 ‘정면돌파전’과 관련 “무기 개발을 위한 현실적이고 조정된 접근법을 취하면서 그 사이 대북제재를 견뎌내는 것이 골자(骨子)”라며 “따라서 외부 지원을 기대하거나 타협하는 것을 매국 행위로 간주하며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국경 통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정면돌파전’을 시행 중이었다는 것이 사일러 북한담당관의 지적이었다. 북한은 2020년 이전에 이미 경제난, 식량난으로 강한 압박을 받던 상태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면돌파전’을 선언, ‘주체’를 강조하며 주민 통제를 강화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김정은의 핵 고도화 발언, 미국 억제 성공과 한미 탈동조화 달성을 부각하려는 것”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이 핵무기 기술 고도화를 천명한 것 또한 ‘정면돌파전’과 관련 있다고 사일러 담당관은 지적했다. 김정은의 발언이 핵무력을 통해 미국 억제에 성공했고, 한미 간 탈동조화를 달성했음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1980년대부터 남한에 역전당한 군사력을 그 이전 수준의 우세로 돌려놨다는 의미도 있으며, 동시에 향후 대남도발을 했을 때 한국군이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때와 유사한 대응을 하려면 북한군의 새로운 군사적 역량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들어 있다고 사일러 담당관은 주장했다.

    “북한이 말하는 ‘정면돌파전’의 핵심은 앞으로 (대남·대미 대결에서)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으로,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한 사일러 담당관은 “한반도를 관찰하는 모든 사람들(all Korea watchers)은 향후 예측을 할 때 이 부분(정면돌파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대남협박 수위 어디까지 올릴 수 있는지 모색하려 할 것”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정면돌파전’과 관련해 “김정은이 대남협박을 어느 수위까지 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행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사일러 담당관은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협박에도 넘어서는 안 될 선, 즉 ‘레드라인’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김정은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하지만 김정은도 때때로 대남위협 때 (한국의) 예상 외 대응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5년 8월 목함지뢰도발 이후 박근혜정부가 대처한 사례가 김정은의 대남도발을 철회하게 만든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일러 담당관이 언급한 박근혜정부의 사례는 목함지뢰도발 이후를 말한다. 2015년 8월4일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한국군 부사관 2명이 발목을 절단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이에 박근혜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8월20일 28사단 구역의 대북 확성기를 향해 14.5mm 고사총과 76.2mm 평사포 사격을 가했다. 

    우리 군은 북한 측 비무장지대 초소 인근에 155mm 자주포 29발을 쏘았다. 그러자 북한은 ‘선전포고’ 운운하며 위협했다. 한미 연합군은 즉각 육·해·공군 전력을 비상대기시키고 여차하면 북폭에 나설 준비를 했다. 북한은 결국 닷새 만에 유감을 표명하며 물러섰다.

    당시 북한 특수부대원을 실은 AN-2 수송기 12대가 강원도로 남하하려다 “군사분계선을 넘지 마라. 격추해 버리겠다”는 1군단의 경고를 받고 되돌아간 사실이 이듬해 6월 알려지기도 했다.

    “미북대화 재개에 비관적이라는 평 있겠지만 북한과 대화 가능성 닫은 것은 아냐”

    사일러 담당관은 '김정은이 대남도발 수위를 높이려 시도할 때 박근혜정부와 같은 단호한 대응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두고 일각에서 “미북대화 재개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하지만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현재 놓인 도전들을 반영했으며,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닫아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일러 담당관이 속한 국가정보위원회는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 산하에 있는 일종의 싱크탱크다. 국가정보국(DNI)과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위한 제언(提言)을 낸다.